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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6. 2024

[수필] 위로하는 사람이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 생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 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이다.



 흔히 하는 착각 중 이런 것이 있다. 혼자만 세상의 모든 짐을 들러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리를 나가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일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어깨이는 그만한 짐이 하나씩을 얹어져 있다.



 과거 외국 공익광고 영상 중에 '우울증'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영상을 본 적 있다. 영상에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두 사람 모두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중이다. 한 사람은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매우 열정적으로 팀을 응원한다. 때로는 환호를 지르고 큰 소리로 웃는다.


 화면은 시간이 흐른 뒤를 두 남자를 비췄다. 두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다음 화면에는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만 영상에 등장한다. 앞서 말한 우울한 표정을 짓던 남자다. 그렇다면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환호를 지르며 큰 소리로 웃던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남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철저하게 부숴 버리는 영상이었다. 우리는 그런 삶을 산다. 우리를 위로하던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 버린다거나, 세상에 웃음과 희망을 주던 유명인이 생을 달리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대한민국 자살 통계에 따르면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이 두 배는 더 높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우울증이 남성에 비해 두 배는 더 높다. 이에 관해 어떤 이들은 '남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기대가 '강인함'이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에 비해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때로는 자신이 '우울하다'고 외치는 쪽이 '침묵하는 쪽'보다 더 건강한 편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삶은 '태도'다. 거창한 '꿈'과 '미래', '비전'은 어쩌면 지나간 '왕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뒤나 앞이나 어느 것에도 매달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때로 사회는 '소년, 청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가지라 말한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를 어떻게 대하는지 이다. '과거'와 '왕년'에 얽매이는 '노년'처럼 '꿈'과 '희망'에 매달리는 청년도 과하면 독이다. 어느 시기 할 것 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와 '지금', '여기' 뿐이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산을 등지고 서 있으니 '뒷산'이라고 부르고, 산을 앞서고 있을 때는 '앞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가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관점의 차이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가질 수 있다. 저쪽 편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 볼까 하는 그런 호기심은 간혹 '이타심'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산을 앞서는 사람이 그 산을 '뒷산'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객관화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라는 것이 어디서 보아도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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