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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29. 2024

[소설] 질병이 남기고 간 흔적들_페스트

 우리 몸의 70%가 물인 것 처럼, 태양 구성의 70%는 수소다. 정확히 말하면 태양의 74%가 수소다. 이것은 지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태양의 수소가 지구에 중요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상대성 이론'을 비롯한 여러가지 물리 법칙과 이론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커다란 보자기를 사방에서 잡아 당겨 팽팽하게 만든다고 해보자. 이렇게 팽팽하게 잡아 당겨진 보자기에 볼링공을 하나 올려 놓는다. 이렇게 되면 보자기는 볼링공의 질량 때문에 아래로 쳐진다. '보자기'의 모양이 왜곡된 것이다. 이렇게 볼링공 때문에 왜곡된 보자기 위에 다시 구슬을 놓아보자. 어떻게 될까.

 구슬은 왜곡된 보자기의 곡선을 타고 볼링공에 '탁'하니 붙을 것이다. 그것이 '중력'이다. 이때 '보자기'는 시공간을 의미한다. 아인슈타인은 '중량'이 시공간을 왜곡한다고 생각했다. 볼링공과 구슬처럼 왜곡된 시공간에 있는 물체는 더 무거운 쪽에 달라 붙도록 된다.

 이것이 지구가 태양의 궤도에 붙어 있는 이유이다. 태양은 엄청나게 무겁다. 그러나 이런 태양 또한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무수하게 많은 '입자'의 집합체다. 태양은 엄청나게 많은 '수소'의 집합이다. 각개의 수소가 개별로 존재하다가 우연히 그 질량으로 시공간을 왜곡하면 그 주변에 있는 수소 원자들은 조금 더 무거운 수소 원자 근처로 달라 붙는다.

 구슬 두 개가 놓여 있는 보자기에 세번째 구슬이 달라 붙는 것 처럼 말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지나가던 구슬이 하나 둘 씩 모인다. 이렇게 모여진 형태가 '태양'이다. 태양은 '수소'의 집합이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입자'들이 모이게 되면 강한 압력이 생긴다. 압력이라는 것은 열이 된다. 이유는 이렇다.

 모든 원자는 떨고 있다. 서로 거리가 멀리 있을 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다가, 점점 가까워 지면 떨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두대의 스마트폰 진동을 켜고 1미터 간격으로 두자. 그렇다면 이 스마트폰은 서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진동이 울리는 스마트폰을 딱 붙여 서로 맞대어 보자. 그렇다면 양쪽의 떨림은 서로가 서로를 미세하게 때린다. 이렇게 떨리게 되면 운동량이 커진다.

이때 나오는 공식

 E=mc²

에너지는 질량 곱하기 속도의 제곱

물론 '수소 원자' 하나의 질량은 엄청나게 작다. 그러나 여기에 곱해지는 '속도의 제곱'이 빛의 속도에 가깝다면 어떤가. 에너지는 무한대로 커진다. 즉 밀도가 높아지면 온도는 올라간다.

 이렇게 밀도가 높으면 열이 발생한다. 서로 서로 미세한 떨림이 무수하게 때리면서 충돌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두 원자는 결국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이렇게 합쳐지는 현상을 뭐라고 부를까. '핵융합'이다.

 쉽게 말해, 밀가루 반죽 덩어리 두 개가 있다고 해보자. 밀가루 반죽 덩어리 표면에는 밀가루를 붙여 서로 붙지 않게 해 두었다. 이때, 이 밀가루는 서로 붙어 있어도 금방 뗄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을 아주 강하게 붙인다면 어떻게 될까. 이 두 개의 반죽은 결국 하나가 된다.

 자, 다시 보자기로 돌아와서, 보자기에 둥근 밀가루 반죽이 있다. 이 밀가루 반죽을 하나를 놓고 두를 놓고 셋을 넣고 무수하게 놓는다. 결국 보자기는 아래로 묵직하게 내려간다. 그래도 꾸준히 밀가루 반죽을 넣는다면, 결국 밀가루 반죽은 서로 서로 합쳐진다.

 그것이 핵융합이다. 핵이 융합할 때, 그 입자의 속도는 빛의 속도처럼 빠르다. 고로 다시 E=mc²

열이 발생한다.

 태양은 엄청나게 많은 '수소' 덩어리였다. 이 수소들이 점차 압력을 받으면 결국 하나로 결합된다. 그렇게 결합되어 만들어진 원소가 '헬륨'이다. 결국 태양은 수소가 헬륨으로 결합되며 만들어진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가 '복사'의 형태로 매질 없이 진공의 우주를 건너 지구로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양 내부에서 '핵융합'은 고르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태양 또한 자전을 하기 때문에 극지방과 적도에는 속도의 차이와 온도의 차이가 발생하고 대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극하게 온도가 낮아지는 '구간'이 생기는데, 이것을 '흑점'이라고 한다.

 이름을 '흑점'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바늘 구멍 같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흑점은 최대 5만 킬로미터를 넘어서기도 한다. 참고로 지구의 직경이 12만 킬로이니, 지구의 4배나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급격하게 에너지가 낮아지는 경우는 꽤 주기별로 발생하는데 대략 9년에서 14년마다 반복된다.

 지구의 역사에서 12세기 정도가 되면 흑점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온도가 내려가는 구간이 생긴다. 이때, 지구는 '소빙하기'를 맞이 한다. 소빙하기는 지구를 차갑게 만들었다. 지구가 차가워지면 태양복사열을 받아 '바닷물'을 증발하던 현상도 느려진다. 즉 강수량이 낮아진다.

 낮아진 강수량과 기온 때문에 몽고 평야 지대에서는 초원이 넓게 펼쳐지며, 초목생활을 하던 '유목민'들이 말을 타고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게 된다. 또한 '가축'을 이용하여 장거리 여행 또한 가능해진다. 이 시기에 동양과 서양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교류가 생기는데, 이때 문화와 경제적 교류 뿐만 아니라, 사람이나 풍토병도 함께 이동된다. 이렇게 해서 14세기 중반에는 유럽의 인구를 3분의 2로 줄인 흑사병이 대규모로 발발한다.

 흑사병은 사실 유럽에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업과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던 유럽은 도시 밀집 지역이 많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농작물의 흉작으로 인한 '대기근'이 함께 발생하면서 흑사병은 엄청난 속도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흑사병은 단순히 신체적 병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다. 흑사병은 문화적, 역사적 변화를 만들어왔다. 접촉에 의한 질병이기 때문에, '의심'과 '고립'이라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이 시기에 유럽의 문화적 변화는 다양했다. 유럽은 신체적 접촉을 최소화하는 춤의 형태로 사교 문화를 바꿔 갔다. 또한 남자들은 행커치프를 왼쪽 앞주머니에 꽂아 놓는 패션의 변화도 만들었다. 사람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질병을 가져온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몸에 '향수'를 뿌리기도 한다. '향수'는 단순히 냄새를 가리는 것 뿐만 아니였다. 그 속에 함유된 '허브'가 질병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주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피해로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갑자기 사라지자, 유럽에서는 노동력 부족이라는 상황에 쳐하게 된다.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노동자의 임금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이렇게 토지에만 의존하던 지주들은 결국 힘을 잃는다. 그리고 중상주의, 산업주의, 자유주의 사상이 생겨난다. 1776년에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이라는 책이 쓰여진다.

 21세기에 발발한 코로나 또한 비슷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은 '유럽'과 국경을 통제 했다. 코로나는 분리주의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점점 '사회적 거리두기'를 문화로 받아 들였다. 국가와 세계가 분리되고, 그 비어진 공간을 '기술'이 대체했다. 사람들은 사람과 어울리기 보다 '기계'와 어울리기를 즐겨하고 결국 애플, 인스타그램, 유튜브 처럼 비대면 소통을 돕는 기술 회사들이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가만히 보면 AI의 발전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연결 지을 수 있다. 우리가 아무리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만물의 영장이라 할지라도, 여타 동물들 처럼 환경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태양의 흑점 활동과 역사를 연결하는 연구는 완성단계이 이르지는 않았지만 꽤 의미 있어 보인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당시의 유럽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은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창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10년 전에 읽었던 이들은 아마 이 소설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를 겪은 우리로써 이 이야기는 '상상'이 아니라 '경험'과 '기억'이다. 행정과 윤리, 개인의 사랑이 질병이라는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혹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많은 부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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