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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30. 2024

[생각]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_INFJ VS INT

 MBTI 검사를 하면 나머지는 명확한데, F와 T가 49 대 51로 왔다 갔다 한다. 나는 INFJ인가, INTJ인가

문항 하나로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정의된다면 MBTI는 믿을만 한가. 그러나 나는 믿을만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두 성향 모두를 갖고 있다.  혼혈인처럼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양쪽에 속해져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봤다.

내가 못 견디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일까.

 되집어보면 나는 '시간'에 대한 강박이 무시무시하다. 1분이 아니라 1초에 강박이 있다. 그렇다고 '약속'에 언제나 '칼' 같은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예민할 뿐이다. 나또한 약속 시간에 늦는 경우도 있고 약속 자체를 잊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은 꽤 오래 갖고 간다.

 농촌에 살아서 그랬는지 주변에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7시에 보기로 했으면 7시에 출발하는 친구가 있고, 먼저 나와서 되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오전에 만나기로 하고 오후에 연락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감정도 갖는다.

 성격이 괴상해서 그런지, 오후 7시에 약속을 잡으면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약속 시간이 목에 걸려 있는 느낌이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점심 식사를 하면서도, 심지어 잠들기 전 날도 그, '약속 시간'를 떠올린다.

 그리고 막상 온 하루를 약속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러나 상대는 이미 잊고 있거나 무신경하곤 했다. 59분 59초에 근처 공기를 마셔야 겨우 해소되는 부담감이다. 그렇다고 매순간 약속에 칼 같았던 것은 아니다. 

 한 번은 '시간관리'에 관한 강연을 부탁 받은 적 있다. 이 강의에서 나는 무려 10분을 지각했다. 황당하지 않은가, 시간 관리 강연자가 시간에 늦다니 말이다. 그 표리부동에 소름이 끼치고 한동안 그 자책이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생겨먹은 것이 이 모양이라 시간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런 강박이 있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단 1분의 지각이라도 이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려 버린다. 그만큼 자신에게도 비슷한 잣대를 둔다. 1분을 지각하면 종일을 스스로 자책한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냥 그런 사람이다.

 그만큼 원칙주의다. 어떤 면에서 융통성이 없다. 칭찬스티커를 모으면 아이에게 만원을 준다. 아이가 만원을 받으면 과자를 사먹거나 장난감을 산다. 한 번은 아이가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들고 나왔다. '사탕'을 사겠다는 것이다. 아이는 한참 기쁜 마음으로 쇼핑을 즐겼다. 그러나 결국 사탕을 살 수 없었다. 아이의 지갑에는 200원만이 있었다. 사탕은 당연이 200원보다 값이 나갔다.

 아이는 200원을 보여주고 사탕을 보여주며 슬픈 눈을 했다. 그러나 단호한 표정을 짓고 빈손으로 나왔다. 아이는 그날 한참을 울었다. 그러나 결코 사주지 않았다. '돈'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이치는 어리다고 용인되지 않는다.

 예전에 초등학생 과외를 한 적이 있었다. 숙제를 주었는데 학생이 당연히 못해왔다. 그리고 말했다.

"선생님, 저는 한창 놀 때 아닌가요?"

나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한창 놀 때인데?"

능구렁이 같은 학생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 어머니, 아버지도 한창 놀때이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한창 놀때야. 이 나라 대통령 하는 사람도 한창 놀때인데, 왜 다들 그러고 있을까? 다들 해야 할일은 하면서 놀아서 그러지 않아? 나이랑 상관없어, 어리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노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 학생, 청년에게도 적용된다.

 자신의 꽃 같은 청춘이 시시하게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누군가는 아름다운 학창시절에만 만들 수 있는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그런 것들은 어느 나이에도 항상 있다. 책임지고 싶지 않은 '명분'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지 않은가.

...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뒤돌아 다시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이 맘처럼 되는 것이 아닌데,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가. 원칙도 사람이 먼저고 그 다음이지...

이런 굳세지도 않은 원칙을 가지고 있노라면 MBTI가 꽤 맞는 것 같다. INTJ와 INFJ의 성향이 둘다 있는데, 둘다 아닌 거 같다.

차라리 완전하게 한쪽이라면 마음이라도 고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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