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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9. 2021

[계발] 오만하게 제압하라

 이 책은 고양이가 날카로운 표정을 하고 남자를 짓누르고 있는 표지로 인상을 시작한다. '오만하게 제압하라'는 제목과 표지에 담겨 있는 메시지 또한 날카롭다. 책은 남성을 다루는 여성의 실용적인 노하우를 여러 예시들과 함께 담고 있다. 책의 저자는 페터 모들러(Peter Molder)라는 사람으로 법학을 공부한 법학도이며 기업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기도 하고 미디어 분야의 기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프라이부르크 노동법원에서 5년 간 판사로 일하기도 하는 등. 경영과 판단이라는 두 가지 분야에서 남다른 이력이 있다. 

 여성 직장인들에게 오만 훈련을 지도하는 그는 재밌게도 남성이다.

 책은 남성과 여성의 기본적으로 다른 생물학적인 차이를 예를 들며 남성들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실용법들을 제시한다. 가령, 여자들이 말이 빨라지면 남성들이 부담스럽거나 불편한 기분을 갖는다는 예시와 직장 내서 간단한 신체적 접촉 등에서도 그렇다.

 남성들과 대화 시에는 근거 제시나 토론과 같은 하이 토크보다는 몸짓, 태도, 시선과 같은 무브 토크가 더 적절하다는 제안도 한다. 난데없이 남직원의 차량을 견인해 버리는 행위로 여성은 남직원을 대할 때 더욱 오만하고 단호해져야 한다고 한다. 

 책의 내용은 씁쓸하지만 남성으로서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다. 특히나 구역에 관한 내용은 조금 공감된다. 같은 상사의 책상이라고 하더라도 남성 상사보다는 여성 상사의 책상 구역에 대해 조금 더 쉬이 여기기도 하여도 여성들과 일할 때 남성들과 일할 때와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일하는 것들도 사실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기도 한다. 책은 여성에 갖는 사회적 편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무기를 최대한 갖게 하고 그를 이용해 남성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사실 여성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생활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 많다. 그런 이유로 여성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들이 발생하고 그런 편견의 주는 당연히 남성들의 갖고 있었다. 

 책에는 '남성' 독자인 나로서, 여성에 괜한 괜스러운 미안함과 숙연함이 생겼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있다. 이 영화를 단순히 스릴러 혹은 공포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것 또한 지금 보면 '여성의 인권과 권리'에 관한 내용이다. 영화 속에서는 해원이라는 서울에 취직한 여성이 나오는데, 이 여성이 직장에서 성공은 과정에서 남성 애교를 부리는 여직원에게 따끔하게 이런 말을 한다. 

'이 바닥에서 여자가 엉덩이로 성공하는 건 한계가 있어'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사실 이 책을 현실에서 얼마나 적용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유럽의 문화권에서 사용 가능한 내용들도 있고 우리나랑 여성들이 사용하기에 조금 부적절할 수도 있는 내용도 다소 있기는 하다. 요즘 '역차별'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들의 권리가 향상되면서 이제는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우리가 아무리 찾아본다 하더라도 여성 스스로가 남성의 오만으로부터 스스로 보호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오만하게 제압하라'같은 책이 남성 측입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남성은 여성의 차별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실전 노하우를 간절하게 찾지 않는다. 남성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은 사실 이런 대중의 판단으로도 너무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쌍둥이는 여성이다. 어머니도 여성이다. 동생도 여성이다. 사실 남성과 여성은 분리될 수 없다. 여성들의 아버지는 남성이며 남성의 어머니는 여성이다. 또한 그들의 자녀 또한 남성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하다. 모두가 같은 가족이고 형제이며 부모 자식이라는 끈끈한 유대성을 갖고 있다.

'성'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결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어떤 것이 우월하고 열등한 지를 구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나약하고 비겁한 일이 존재 자체를 차별하는 일이다. 다만 피부가 검기 때문에 차별하고 다만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하는 것. 그런 차별의 모호성의 칼날은 언제든 본인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아무 잘못하지 않고 죄인을 만들 수 있는 마녀 사냥에 대한 실용서라니. 읽으며 공감이 갈 때도 있지만 갈수록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원론적인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보다 훨씬 더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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