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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20. 2024

[육아] 그저 '책'이 전부다_초등 2학년 평생 공부

[육아] 그저 '책'이 전부다_초등 2학년 평생 공부 습관을 완성하라

 얼마 전, 학교에서 소풍을 갔다. 아이의 가방은 터질 듯 했다. '돗자리', '쓰레기봉투', '외투' 거기에 3단 도시락과 간식을 채워 넣으니 가방이 빵빵했다. 자기 몸통보다 커다란 가방을 짊어진 아이에게 동화책을 챙기라고 했다. 아이는 가방을 열고 한참을 가방과 씨름했다. 겨우 가방에 동화책을 넣은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아이가 말했다.

 "아빠, 책은 빼면 안돼? 가방이 너무 무거워."

아이의 가방은 정말 무거워 보였다.

 아이의 눈을 보고 당연하게 말했다.

 "음.. 그러면,.. 도시락을 빼도록 해"

아이는 그건 안된다며 도시락과 책을 모두 넣고 학교를 갔다. 순간적으로 가장 먼저 제외해야 하는 것. 그것은 중요도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물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차라리' 도시락을 빼라고 했던 선택이 나름 옳았다고 여겨졌다.

 아이는 그날 '수수께기 동시책'을 가지고 갔다. 수수께끼 동시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이 책을 펼치고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인기가 많아진다고 했다. 얼마 전, 학교 선생님과 면담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내 교육관을 명확하게 말씀 드리고 왔다. 그렇다. 공부는 못해도 된다. 책은 읽어야 한다. 그 둘의 상관관계를 볼 때, 둘 다 욕심을 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진심이다. 아이가 명문대를 가던 말던 상관없다. 다만 아빠와 같은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생긴다. 개인적인 관찰과 경험으로 아이는 고학년이 되면 아빠보다는 친구와 시간을 많이 가진다. 되려 부모를 성가시다고 여길지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그닥 좋아하진 않아도, 서로가 비슷한 걸 좋아하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최근 아이 교육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다. 아이에게 교육에 대해 엄청난 압박을 주진 않는다. 아이는 일어나면 꽤 긴 시간 책을 읽는다. '패드 학습' 하나, 한자 한 글자, 연산 수학 한 장 정도 한다.

 학원은 다니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면 아빠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MBTI에서 지극히 I(내형형) '아빠'라 그닥 약속이 있진 않다. '일', '집', '일', '집'이라는 비교적 따분한 일상을 만족해 한다. 언젠가 아이들은 '아빠'보다 '친구'를 좋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향형 아빠는 곧 '거의 유일한 친구'를 잃을 예정이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즐기고자, 굉장히 이기적인 마음으로 아이에게 '학원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아이에게 '책읽기'를 강제하진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초콜릿'이나 '과자'와 같은 간식을 챙겨서 무릎에 앉아 책을 읽는다. 거의 99%는 아버지인 내가 읽고 가끔 짧은 글을 아이에게 넘긴다. 넘긴다기 보다 뺏긴다. 아이는 자기가 읽고 싶은 부분을 미리 예약해 둔다.

 동화책은 꽤 좋은 이야기 소재다.

나의 어린시절 '잭과 콩나무'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 었다. 나는 그 소설을 '호주 출신 작가'가 썼다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알았다.

 아이와 책을 읽을 때,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소개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그러다보면 꼭 성인의 책처럼, 작가마다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읽었던 책을 썼던 작가의 다른 글이라는 것을 보면 기쁘기도 하다. 아이와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잭과 콩나무'라는 책을 이야기하니, 꽤 충격적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만보니, '잭'이라는 '아이'의 행운에 대한 관점으로 읽었을 때만, 흥미로운 책이었다. 콩나무를 타고 거인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 잭은, 사실 주거침입과 절도까지 행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거인은 난데없이 도둑질을 당한다. 어린 시절에는 왜 그런 내용이 보이지 않았을까. 아이에게 '잭'이 남의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아이는 아빠를 닮아 다독한다. 다독하다보면 독특한 것을 알게 된다. 책마다 출판사마다, 작가마다 커다란 테두리를 두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제목을 보고 같은 동화라고 알고 읽었으나 전개 방식이 다른 경우도 많고 어떤 경우에는 결말도 다르고 아예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도 있다. 이전 책과 비교해서 읽다보면 그 또한 재미가 쏠쏠하다.

 아빠의 욕심으로 간혹 원서를 섞기도 한다. 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읽는다. 문법이나 단어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다만 거기에 풍부한 감정을 넣어 읽는다. 아이도 크게 물어보지 않는다. 그러다 불현듯 하나를 물으면 그때는 알려준다. 그것이 고작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의 교육관'은 조금 독특하긴 하다. 나의 교육관은 '주체성'이다. 아이가 반에서 1등을 하건 30등을 하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언젠가 아이가 똑똑해 지고 싶다고 말했다. 왜 똑똑해져야 하냐고 물었다. 똑똑하면 공부도 잘할 수 있단다. 공부를 잘하면 뭐가 좋냐고 물었다. 공부를 잘하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건 공부를 못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는 가만히 생각한다.

 그리고 말했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해. 근데 안 해도 돼.

정말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용기는 갖고 있는 듯 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은 받아 들이면 그만이니까.

 세상에는 '원'만큼 '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그릇만큼만 행복하다. 원을 크게 갖고 채우지 못하면, 원을 작게 갖고도 채운 것보다 불행하게 산다. 굳이 가능할지 말지 모르는 일에 대해 욕심으로 원만 키울 수는 없다. 

 송재환 선생님의 책을 읽고 느낀바가 있다. 자기 정리 정돈 잘하고 예의 바르고, 자기 할일 똑부러지게 하면 된다. 그것이 진짜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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