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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26. 2024

[계발] 진짜는 본래 입을 다물고 있으니,

가짜는 제발 그 입을 다물라_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어느 순간 자기계발서를 잘 안읽게 됐다. 이유는 이렇다. '가짜'가 너무 많다. 누구나 쉽게 '책'을 출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철학' 없는 글들이 무책임하게 쏟아진다. 개중에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라며 '쉽게 달성하는 법'을 알려준다. 다만 읽다보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자기소개서'인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켜면 '이것 하나만 알면'이라는 문구를 많이 보게 된다. '이것만 알면 월 수익 얼마', '자신만 따라하면 이룰 수 있다'는 말 일색이다. 그 거짓부렁들에 회의감을 느낀다. 결국 그 잘난 '자기소개서'를 안보게 됐다. 이들의 최종목적은 '성공 팔이'다. '성공'을 팔아 '성공'을 이루고, 강연과 유튜브, 출판의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해 낸다.

 워런버핏, '이것만 알면 누구나 쉽게 투자의 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누구나 쉽게 월수익 두 배 올리기'

 이런 강연을 본 적 있을까. 없다. 그들이 그런 강연을 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본업에 충실하기에 그런 강연을 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은 '곁다리'로 빠져 이타적인 행동에 삶을 좀먹지 않는다.

 진짜는 사람들에게 성공팔이를 하지 않는다. 다면 물으면 답할 뿐이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충실한다. 자기의 일상와 루틴을 행하기 정신 없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유다.

 대중은 각자 자신의 몫으로 삶을 산다. 그것을 바꾸어 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교육'이 아니라 주체적 의식에 달려있다. 고로 노하우를 알리지 않아도 할 사람은 한다. 목이 마르면 우물을 팔라고 말하지 않아도, 우물을 파게 된다. 진짜는 대중의 계몽을 위해 자신의 일상과 루틴을 내팽겨칠만큼 무책임하지 않다.

 강연하고 책 쓰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몇 일을 통으로 내어 놓아야 한다. 누군가 유튜브나 책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타성'이 아니라 '그것'이 '업'이라는 의미다. 진정한 이타성이라면 돈 한푼 받지 않고 그저 행해야 한다. 만약 성공을 쉽게 이루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면, 

"그런 순수 이타적 행동 말고, 본인을 성공에 이르게 했던 '본업'은 대체 언제쯤 시작하실껀가요?"

묻고 싶어진다.

 입 다물고 묵묵히 치열하게 자기 일을 하던 '진짜'는 지금도 입을 다물고 있다. 

진짜는 본래 입을 다물고 있으니, 가짜는 제발 그 입을 다물라, 말하고 싶다.

진짜들의 하루는 '철학'으로 덮혀 있다. 물음에 답할 뿐, 알려주고 싶어 안달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에 '명확한 철학'이 있기 때문다.

 '손흥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쉽고 빠른 노하우'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가 '손흥민'이 된 것은 '쉽고 빠른 노하우'가 아니라, 하루와 하루를 쌓았던 작은 습관과 생각, 삶의 방식의 연속 때문이다. 여태껏 남들보다 게을렀으나 지금이라도 역전 한방으로 삶을 바꾸고자 하는 욕심은 푼돈이 되어, 누군가의 '낚시바늘'에 꿰인다. 철학 없는 푼돈을 모은 가짜는 그렇게 '진짜 성공'의 모습으로 탈바꿈 된다.

 삶은 끊임 없는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은 현재로 하여금 미래를 과거로 결정 짓게 하는 마법이다. 과거의 내가 나태했다면 그것은 현재에 충분히 반영이 돼었다. 현재의 내가 나태한다면 그것은 미래의 내가 충분히 반영할 것이다. 지은 죄값을 받지 않겠다는 욕심이 '지금까지는 나태는 했으나 한방으로 성공하여, 과거부터 노력한 이를 바보취급 하겠다.'는 터무니없음을 만든다.

 '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지 않으려 하면 변명이 보인다.'

지금껏 스스로를 만들어갔던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고 다짐을 했을 땐, 최소 버렸던 시간만큼이나 노력을 채워 물타기를 했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10년을 버렸으면 10년을 보고, 20년을 버렸으면 20년을 봐야 하지 않을까. 20년을 허투로 살고 단 1년 만에 모든 것을 뒤집겠다면, 반대로 1년 만에 이룬 성공 또한 그렇게 쉽게 다시 뒤집힐 수 있다.

 빚더미보다 잿더미에서 일어나기가 더 쉽다. 이미 쌓아둔 업보를 되돌려내기 보다 아무런 업보를 쌓지 않는 것이 훨 수월하다. 간단한 논리다. 뒤로 달렸던 사람보다 멈춰있던 사람이 훨씬 더 목적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꼭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가만히 있어서 '퇴화'에 이른다. 몸과 정신은 노화한다. 생물학적, 사회적 나이는 점차 차오르고 사회가 원하는 '기대치'는 점차 높아져 간다. 8살에는 한글을 읽고 10살에는 구구단을 외우며 16살에는 적어도 '이차방적식'에 대해 들어본다. 각 나이에 맞는 '수준'을 요구하던 사회가 30살이나, 60살이나 변함없이 세월만 축낸 이에게 같은 결과를 보상하진 않는다. 즉, 나이가 들수록 더 능동적으로 성장해 내야 한다.

 인생은 가만히 있으면 우리를 뒤로 후진 시키는 '런닝머신'과 같다. 내가 발을 내딛지 않으면 나는 뒤로 움직인다. 내가 한발과 한발을 떼야 겨우 그 자리를 유지할 뿐이다. 책 한 권 읽지 않고 일 년을 살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 성설이다.

 '왕자불가간 내자유가추'라는 말이 있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으니 앞으로의 일에 더 신경을 쓰라는 말이다. 이 말은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고 지금부터 하면 즉각적인 보상이 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지은 죄에 대한 죄값은 그 죄만큼 받고 결국은 터벅터벅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즉, 어쩔 수 없는 것에 연연해 하지 말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이와 같은 말이 있다. '승전후구전', 무작전 싸움을 거는 것이 아니라, 이길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싸움을 걸어라.

 준비 없이 보낸 세월을 망각한 채, 자신이 가진 하찮은 무기를 가지고 덤벼 드는 것은 '필패'를 의미한다. 충분히 쌓여 '낭중지추', 나의 잔이 차고 밖으로 흘러 넘쳐지는 순간이 '필승'의 순간일 것이다.

 '손웅정 작가'의 글을 보면 딱 두 가지가 보인다. '더하고 덜기'.

그는 필사적으로 어떤 것은 더하고 어떤 것은 덜어낸다. 마치 자기를 채워가는 수많은 시간과 경험에서 끊임없이 좋은 것만 남기고 나쁜 것을 빼버리는 '필터링' 과정을 쌓아가는 것이다.

 근육을 더하고 살은 뺀다. 지식은 더하고 주변은 덜어낸다. '지식을 얻고자 하면 무언가를 더하고, 지혜를 얻고자 하면 무언가를 버리라'는 의미다. 그의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엉덩이가 들썩 거렸다. 미루고 있던 '버리기'를 실천 하느라 온주말을 사용했다. 가끔 '진짜'를 보면 그 경외감에 감탄하기 바쁠 때가 있다. 대상을 보고 한참을 감탄하다가 나에게 흡수하기로 했다. 가만 보면 나의 독서는 진짜 독서인가, 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간만에 제대로 자극 받는 책을 보게 됐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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