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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27. 2024

[육아] 초등1학년 정서 검사_CPSQ-Ⅱ

 어느 날 집에 왔더니 우편물이 도착해 있다. 아이의 우편물이다. CPSQ-Ⅱ라는 검사 결과표다.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문해력이 중요하다.' 말하면서 정작 읽어도 모르겠다. 우편물을 여러번 읽었다.

 결국 집단지성의 도움을 빌었다. 검색을 한다.

CPSQ-Ⅱ라는 검사는 정서 검사라고 했다. 원점수는 뭐고 T점수는 무엇인지, 백분율은 무엇을 의미 하는지 살펴 보았다. 


 아이를 지켜보며 부모가 했던 검사라고 하던데 너무 좋게 나왔다. 나의 성격상 검사를 성의없이 하진 않았을 터다. 꽤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말이 기분이 좋다. 떠올려보니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풀었던 기억이 있다. 문항의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이를 지켜보며 했던 생각이 반영되긴 했을 것이다. 아이를 보며 내가 갖는 생각은 이렇다.

 "확실히 나보단 낫다."

 아이가 '지식'이나 '발달'이 나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분명 아이가 나보다 낫다는 생각은 '진심'으로 다하곤 한다. 마음가짐을 그렇게 갖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느낀다.


 '원래 이 또래가 다 그런가?' 내가 아이를 보며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서부터 '팔불출 아빠'의 주관적 평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는 '우리 아이 잘났소'가 아니라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써의 '지적호기심' 영역이다.


 어린 시절 나를 떠올려보면 그닥 체계적인 일상을 갖진 않았던 듯 했다. 규칙이라는 부분도 사실 어린 시절에는 갖지 못했다.

 잠을 자기 전, 다음날 학교에 갈 준비물을 준비하고 입을 옷과 숙제를 모두 해놓고 자는 아이를 보며 '저게 정상인가?' 하는 '지적호기심'을 가진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지적호기심' 영역이다.


 가끔 맥도날드에 가면 아이가 묻는다.

'아빠, 쟤들은 왜 유튜브 봐?'

다만 그 칭얼거림이 길게 늘어지진 않는다. 그 자리에서 몇 번의 이야기를 하고나면 가볍게 잊혀지고 넘어간다. 분명 '유튜브'를 볼 법도 한데.. 아이는 심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아침 4시 50분에 일어나면 굳이 깨우지 않아도 5시 30분에는 모두 기상한다. '그것 또한 참 이상한 일이다. 

 '8살 아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물론 강제 하진 않는다. 거실에 불을 켜놓고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돌리거나 혹은 앉아서 책을 읽는다.

 아이가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역시 있다. 그럴 때는 살짝 들릴만한 목소리로 '명심보감'이나 '논어'를 읽는다. 그러면 아이는 어김없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무릎에 앉는다.


 학교에 끝나면 저대로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한다. 머리를 말리기 위해 책을 가지고 오고 양치를 하면 초콜렛이던 과자던 결코 입에 가까이 하지 않는다. 솔직히 맥주에 마른 안주를 먹고 양치하기 귀찮아 자곤 했던 스스로가 오버랩 됐다.

 '아이가 이럴 수가 있나.'


 학원을 다니진 않는다. 그러나 몇 년 전, 패드로 하는 학습지를 결제한 적있다. 참 무책임하게도 패드를 웬만하면 못보게 했다. 그러나 어느날은 '학습지'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아빠가 함께 해주셔서 매일 업데이트되는 '오늘의 학습'을 아이가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아이에게 '오늘의 학습'을 하라고 한 적이 없다.

"저는 뭘 하라고 한 적 없는데요."

아이는 매일 업로드 되는 '오늘의 학습'을 매일 같이 하고 있었다. 이게 7살이 가능한 일인가. 가만히 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행동이 있는지 들여다 봤다.

 얼핏, 블로그 글쓰기와 독서 정도일까.

그러나 성인과 아이가 같을 수 있을까.


 주말 토요일에는 아이에게 유일하게 '유튜뷰'가 허락이 된다. 아이는 '영어 유튜브'를 한 두 시간 집중해서 본다. 그리고 얼마 뒤에 보면 영상이 종료돼 있다. 아이가 유튜브를 끄고 만들기와 그리기를 하고 있다.


 '저걸 어떻게 끌 수 있지'

가만히 관찰자로써 보건데 아이의 성향은 '유전자'나 '교육방침', '부모' 이런게 아닌 듯 하다.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직 고작 해봐야 초등학교 1학년이다. 적어도 초등 5학년, 6학년 사춘기를 넘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함께 하는 1인의 동거인으로 보건데...


 이들은 분명 나보단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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