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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30. 2024

[생각]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중요히 여기면 통제력이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명심하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우리가 가진 통제력은 더욱 줄어든다."



 세상 모든 문제에 답이 있다는 착각은 우리를 돈키호테로 만든다. 돈키호테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허구의 이상을 쫓는다. 그 헛된 모험은 때로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다만 그는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싸우는 등 비현실적인 행동으로 아무 성과 없는 인생을 쌓아간다.


 물론 거기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꼭 해결 가능한 문제에만 도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룰 수 있는 꿈만 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에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자칫 자신을 소모하게 만든다. 돈키호테처럼 세상의 모든 문제에 단순한 해답이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를 비현실적인 길로 이끌 수 있다.


 굉장히 유명한 카피라이트 문구가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서 굉장히 히트를 친 문구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말은 아마 나폴레옹의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를 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이말을 통해 자신의 강한 의지와 결단력을 드러낸다. 다만 그는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다. 그가 일으킨 전쟁에서 패했다는 것은 그의 사전에도 역시 불가능은 있다는 것 아닌가.


 모든 인간에게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리 강한 의지와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나폴레옹은 그 교훈을 보여준다. 나폴레옹의 패배는 우리가 불가능에 도전하는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으나, 동시에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하고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신의 능력에 '대적'한 그의 말년은 유배와 외로움이었다.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그는 영국에 의해 남대서양의 외딴 섬 세인트헬레나로 유배된다. 섬은 고립된 곳이었다. 나폴레옹은 그곳에서 1821년 5월 5일까지 6년간 억류 생활을 하다가 사망한다. 불가능은 없다는 자만의 노년은 고독했고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기록하는 회고록을 기록하며 시간을 보냈으나 권력을 회복하는 일은 불가능에 했다. 그가 말년에 겪은 고통과 실망은 엄청났다. 그는 결국 51세의 나이로 그 섬에서 사망했으며 사망 원인은 위암이었다. 인간의 한계와 역사의 변덕 앞에 위대한 도전과 정신력은 무력할 뿐이다. 그의 유배 생활과 죽음은 그가 남긴 유산과 함께 인간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의 삶에서 영광스러운 일부분을 편집적으로 끄집어내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만감은 자칫 돈키호테 처럼 의미없는 생을 소모하게 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 당장 불가능이 없다고 소리치는 자의 앞에 다가가 '1초 뒤에 태풍이 오도록 해주세요'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는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이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다. 그는 트로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타카의 왕이다. 그는 돈키호테와 다르게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우선시 했다. 지혜와 용기는 무모함에 들이 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메타인지' 뒤에 실현 가능한 '목표'에 쓰여지는 것이다.


 오디세우스처럼 현실의 복잡함을 인정하고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여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던 '기우'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삼고 있던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문제의 해결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있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살다보면 별의별 사소한 것과 허무맹랑한 것에 문제를 삼을 때가 있다.


 '왜, 저 사람은 저럴까'


 '왜, 나에게는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가'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의 힘이다.


상대를 바꾸고 싶어하는 '그 마음'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서, 상대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이미 일어난 일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문제 삼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의 문제에 고민하는 일이다. 그리고 현실의 문제는 지금 당장 오른쪽 허벅지의 가려움을 긁어내는 것만큼 사소하고 작은 것에 있다. 지금 당장 어떤 문제가 있는가. 나는 불필요한 문제를 모두 문제 삼으며 사사껀껀 걸려 넘어지기 위해 발악하고 있지 않은가.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그것이 문제인지를 인식하는 것이 먼저 중요하다.



 음... 어지간하면 문제는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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