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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n 18. 2024

[생각] 행복해는 속도_전속력으로 제자리





 나를 구성하는 사건 중 몇가지 충격적인 사건이 있는데, 개중 기억나는 일부가 있다면 당시 내가 전속력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방향도 모른채 달려 나갔던 나의 최후는 결국 여기였으며 얼핏 스치고 지나간 기억들은 적잖게 반짝 거리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그리스신화의 '메두사'처럼 뒤돌아보면 '돌'이 되게 했는데 마침 나는 호기롭게 달려 나가듯 하다 뒤를 돌아봤다. 멈춰진 자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니 애초에 냉정하게 나아가던가, 그게 아니면 처음부터 천천히 가던가 했어야 했다.



 며느리를 돌로 만든 용소의 마법처럼 호의인지, 적의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건 돌이 됐다. 돌이 되고 보니, 돌이 된 김에 뒤돌아서 흘러간 흔적들을 가만히 바라보게 됐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거울 같은 것이던가.


가만히 넋을 놓고 바라보게 하는 '거울'을 한참을 들여다보니 처음에는 흘러가 버린 것들이 보니고, 지난 후회나 그리움이 보이다가 결국은 '나 스스로'가 보였다.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철학이 없어서 잔바람에도 기둥이 살랑 살랑 흔들리다가 완전히 다른 곳까지 날아가 있는 나를 바라보고 결국은 깨달았다. 애초에 나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모순을 안고 살았던 듯 하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걸 알면서 꾸준히 계획을 세우고 목표점을 바라보느라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다.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동으로 전속력, 서로 전속력, 남으로 전속력, 북으로 전속력하고 기진맥진해 버렸다.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도, 생각이 없이 살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풍을 가로지를 전략과 에너지를 준비하고 기회를 타서 한참을 나아갔다. 생각없이 사는 사람을 비웃으며 바람을 등을 쥐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역풍을 맞고 떠내려가고 있었고 생각 없는 이들은 그 순풍을 맞고 전진해 가고 있었다.



 바람이 보내주는 곳이 내 방향이라고 생각만 했어도 나는 편하게 주변을 감상하며 왔을 터였다. 어린 치기로 세상에 등을 지고 맞서 싸우려 했다. 가만히 있고도 나보다 빨리 도달한 이들을 보며 나는 무엇을 느꼈는가.



 흔히 짧은 파동을 먹기 위해 '단타'치는 주식쟁이 처럼 엉덩이가 무겁지 못했고 출렁이는 작은 파동을 계산하려고 했다.


 '결국 마음을 비우니 되더라'


하는 이야기에 '패배주의'를 느끼고


 '순리대로 살아라'


하는 말에 반항심을 가졌다.



그런데



 돌이켜보건데 그게 맞는듯 보였다.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라는 꽤 그럴싸한 '캐치프레이즈'에 속아 운명과 싸우려 했던 것이 '소진'이 이유였을까.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 들이는 것이다. 개중 어떤 것은 발견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개척'과 닮은 말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여행이란 돌고돌아 제자리로 찾아오는 일이다. 나도 가만히 살펴보니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제자리다. 다시 한바퀴를 돌러 나간다면 그때는 전속력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고 느낄 것이다.



 '살다보면 180도로 휘어지는 커브 길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하필 그럴때면 우리는 언제나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기 마련이다.' - 스티븐 킹



그러하다. 블록을 쌓을때, 때로는 천천히, 신중히 쌓는 것이, 빠르게 쌓는 것보다 빠르게 쌓게 된다. 속도를 조금 더 낮추자. 여유를 갖고, 비우고, 걷고,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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