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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n 24. 2024

[인문] 세상이 모래로 이루어진 이유_모래전쟁

 뜨거운 지반이 식으면 딱딱한 암반이 산을 이룬다. 지구 형성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만들어진 '암산'은 밤과 낮의 온도차이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팽창과 수축은 암석에 균열을 만든다. 암석의 균열 속으로 물이 들어간다. 들어간 물은 역시 기온의 차이로 팽창과 수축을 한다. 암석 사이의 물이 얼면 암석은 '빠직'하고 깨진다. 깨진 암석 사이로 박테리아가 들어간다. 박테리아는 구멍을 뚫고 나무 뿌리는 균열을 파고 든다. 비, 바람, 기온은 꾸준히 암석을 쪼갠다. 쪼개진 암석이 바람이나 물을 타고 흐른다. 흘러가며 서로를 긁어댄다. 더 미세해지고 더 가늘어진다. 이렇게 '모래'는 만들어진다. 

 모래는 모든 것에 사용된다. 우리를 둘러싸는 벽, 바닥, 천장 모두에 모래가 있다. 건물을 이루는 콘크리트의 70%가 모래다. 스마트폰, 컴퓨터에도 모래가 들어간다. 반도체의 원료 중 하나가 석영사 즉 모래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기본 원료인 기판은 유기규소로 만든다. 이는 모래와 암석 속에 산소와 결합된 실리카 상태로 존재한다. 실리카에서 실리콘을 추출한다. 이것으로 웨이퍼라는 앏은 원판을 만든다. 이 위에 회로를 구워 붙인 것이 반도체다. 에어콘, 냉장고, 밥솥, 카메라, 텔레비전 등 어디 하나 모래가 없는 곳이 없다. 첨단 기기며 아름다운 건축이며 할 것 없다. 때로 우리가 지저분하다고 여기는 '모래'는 이렇게 현대 사회에 중요한 자원이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모래다. 전기는 '석유'로 만든다. 그러나 '석유'는 모래로 만든다. 그것이 무슨 말일가. 텍사스, 루이지애나, 콜로라도, 펜실베니아 등에서 '채굴'되는 미국 셰일오일은 그 원유채굴 비율은 68% 이상이 됐다. 2010년대에는 20%였던 비율이 2019년에는 68%까지 올랐다. 셰일을 추출해내려기 위해서는 수압파쇄법이라는 공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대량의 모래가 사용된다.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어 그것으로 셰일오일을 밀어 올리는 기술 혁신이 바로 '셰일혁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래는 거의 모든 곳에 사용된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는 매년 약 500억 톤의 모래를 사용한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여 과거 20년 간 모래의 사용은 5배나 늘었다. 이로인해 모래 고갈은 점차 가속화된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아프리카나 중동 사막 한 가운데에서 모래를 퍼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다. 중동에가면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모래 고갈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러하다.

 모래 고갈은 유효하다. 사막의 모래는 너무 가늘다. 모서리가 없어 서로 엉키지 않는다. 시멘트와 섞여도 강도를 낼 수 없다. 모래가 시멘트와 섞여 단단해 지는 이유는 모래의 각진 부분이 직소 퍼즐처럼 얽히고 맞춰지며 단단히 고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막 모래는 너무 입자가 가늘다. 고로 사용이 불가하다. 또한 바다의 영향으로 염분이 많다. 사막에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 이유는 물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염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염도가 많은 모래는 알카리성을 띄기도 한다. 이는 건축물의 강도나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 모래가 많은 중동국가들이 되려 모래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8년 무하메드 마하티르는 말레이시아의 수상으로 취임된다. 취임 5개월 후 그는 모든 모래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웃나라인 싱가포르가 자신들의 나래에서 매입한 모래를 가지고 간척매립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자국의 모래가 이웃나라의 국토확장에 쓰였다는 사실은 말레이시아 정부 입장에서 기가 찰 노릇이다. 말레이시아는 비로소 2018년 모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우리 눈에는 매우 하찮아 보이는 모래의 가치는 점차 높아진다. 30년 전, 잡지나 신문에는 '석유 고갈'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앞으로 30년 안에 석유가 고갈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석유는 거의 무제한에 가까울 만큼 풍부한 자원 중 하나가 됐다. 최근 우리나라 동해에서도 석유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심해나 셰일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원유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연 자원의 희소성으로 볼 때, 앞으로 모래는 '석유'보다 훨씬 중요한 입지가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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