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Jun 26. 2024

[인문] 인간이 침팬지에게 졌다?_호모 사피엔스(1부)

 일본, '이노우에 사나'와 '미쓰자와 데스로'는 침팬지와 인간의 지적 대결을 기획한다. 침팬지 어미와 새끼 세 쌍에게 터치스크린에 뜬 숫자(1에서 9까지)를 알아보고 순서대로 터치하도록 훈련한 것이다. 숫자는 스크린에 잠시 비춰지고 사라진다. 침팬지는 숫자를 순서대로 누른다.

 대결 상대는 인간 대학생이다. 역시 만물의 영장답게, 인간은 침팬지를 이겼다. 인간 12명 중 7명이 모든 침팬지를 이겼다. 다만 숫자가 더 빨리 사라지고 더 어려워지자 점차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한다. 다섯 살배기 침팬지 한마리가 모든 인간을 이기기 시작한 것이다. 난이도는 점차 올라갔다. 이후, 모든 침팬지는 모든 인간보다 정확했고 빨랐다. 인간이 전패한 것이다. 속도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인간과 다르게 침팬지들의 성적은 속도에 따라 달라지지도 않았다. 우리의 생물학적 조건이 모든 자연의 '개체'보다 월등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어떤 인간은 '돌고래'보다 낮은 지능지수를 갖고 있다. 측정 방법에 따라 인간과 동물의 지적 차이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렇다면 우리와 그들을 구분할 수 있게 했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조지프 헨릭은 하버드 대학교 인간 진화 생물학과 교수다. 그는 인간의 진화, 문화, 사회적 학습.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다. 내가 그를 알고 있는 이유는 '위어드'라는 도서를 통해서다. '위어드'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위어드는 문화적 진화가 인류의 역사와 뇌구조까지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현대 서구 문명이 현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한다. 인간의 '진화'는 어느 순간부터 '사회, 문화의 변화'를 통해 다른 경로를 갖게 됐다. 굉장히 흥미로운 관점이다. 그렇다. 불과 40만 년 동안 뗀석기를 벗어나지 못한 인간이 겨우 청동기라는 금속을 사용한 것은 고작 5000년 전 일이다. 금속의 우연한 발견과 함께 40만년을 쳇바퀴 돌듯한 인간의 진화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졌다.

 단순히 역사를 순서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감이라는 본질을 통찰하는 과정으로 인지해 볼 때, 인간의 역사는 '진화'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헨릭 교수는 인간의 문화적 발전을 진화라는 언어를 통해 설명한다.

 다양한 종교나 신화를 보면 우리 인간은 '자연'과 별개의 객체다. '자연'과 동떨어진 생물학적 배경으로 우리는 자연과 스스로를 구분 지었다. 다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자연에서 왔으며 그 연결점은 얕게나마 존재한다. 고로 우리가 독보적인 생물학적 진화를 통해 현재 문명을 만들었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를 우리로 만들었다는 그 작은 차이는 무엇일까. 어쩌면 '사회성'일지 모른다. 우리 인간은 침팬지 한마리보다 생존력이 떨어진다. 자연에서 최약체로 평가되는 인간이 먹이사슬 최정점에 있는 이유는 인간의 진화가 '생물학'이 아니라 '문화적 진화'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하는 것이 다른 종에 비해 우월했을 뿐이다.

 침팬지, 오랑우탄 그리고 두 살 짜리 인간을 비교해 보건데 다른 두 유인원에 비해 인간이 보유한 유일하게 월등한 인지 능력은 '사회적 학습 능력'일 뿐이다. 물론 다른 인지능력에서도 인간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약간의 우수함을 보였으나, 그 차이는 미미했다. 어린 인간의 공간 능력이나, 수량 능력, 인과능력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월등하다고 할 수 없다.

 나약한 인간의 '지적능력'으로 우리를 만든 것은 '생물학적 진화'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다. 우리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이성을 선택할 때, 생존능력보다는 '외모'를 살핀다.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사회적 능력이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다. 그것은 우리를 다른 동물과 다르게 만들었다. 사회를 이루도록 진화한 작은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같이 삶에 대한 능동적 해석의 중요성을 말한다.

 자연선택은 우리가 자연에 의해 선택 당하고 있음을 말한다. 다만 인간은 그저 선택당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진화가 우리를 수동적인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으나, 우리는 문화를 통해 진화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알 수 있다. '진화'는 '능동적 대처'가 가능하고 언제나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책 재미 있습니다. 1부, 2부, 3부로 쪼개어 업로드 하겠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심리] 가볍고 싶어서 가벼워지고 있는 중..._가볍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