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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05. 2024

[생각] 남이사 그러든가 말든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리집 앞에는 3m 정도의 짧은 횡단보도가 있다. 거기는 작은 골목길이라 비슷한 거리는 그냥 가로 지른다. 차도 다니지 않는 짧은 골목에 왜 횡단보도가 설치 됐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더 모호한 것은 신호다. 신호가 한 번 빨간불이 되면 정말 넘어지면 코 닿을지도 모를 저곳을 바라보며 한참 서 있어야 한다. 이곳에 서서 빨간불을 바로보노라면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그냥 건너느냐', '몇 분 기다렸다가 건너느냐'



역시 차는 없다. 아무도 없는 빈 횡단보도 빨간불 앞에 가만히 서있는다. 나를 더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 다음 상황이다.



 저 멀리서 남자와 여자가 웃으며 걸어온다. 여자는 땅을 바라보고 걷고 있고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며 걷는다. 10m에서 발견된 그들의 다음 선택을 기다리는 것은 흥미롭다. 그들은 9m, 8m, 7m 가까워지다가 신호 앞까지 온다.


 둘다 망설임 없이 빨간 횡단보도를 걷는다. 머쓱해 있는 순간 나의 뒤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를 스치고 빨간 횡단보도를 걷는다.



 그순간 나는 또다시 딜레마에 빠진다. 



 '건너는 것이 맞는가.', '건너지 않는 것이 맞는가'



이 딜레마에 한참 빠져 있을 때, 한 남자분이 내 옆에 섰다. 건너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잠시 대기하다가 그냥 건넌다.



나의 딜레마는 다시 연장됐다. 이처럼 융통성 없이 사는 것이 맞는가. 혹은 남이 뭐래도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맞는가.



 고민이 짧지는 않았던 듯, 신호는 그새 바뀌었다. 신호가 바뀌니 왼발을 뻗어 길을 건너고자 한다. 그때 골목 편에서 소형 승용차가 다가온다. 소형 승용차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딜레마에 빠진다.



 저 소형차는 과연 차를 멈출 것인가. 법을 지키는 이쪽이야말로 당당한 권리를 획득한 것은 아닌가. 그러나 자동차가 다가온다.



 10m, 9m, 8m, 7m...



차는 멈출 기세없이 다가온다. 여차하면 보행자를 칠 기세다. '자신 있으면 건너봐라. 아니면 살짝 기다렸다가 가라'라는 느낌으로 달려온다.


 본능은 나를 멈추게 했다. 멈짓하는 사이, 차는 급정거 했다. 진로를 방해한 융통성 없는 보행자로 시선이 느껴졌다. 차는 멈추고 정당히 건넜다.



 조금 걷다보니 조금 전,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던 이들이 옆으로 스쳐 간다. 여자는 여전히 땅을 보고 있고,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보고 있다. 신호를 어기느냐, 마느냐는 귓가의 모기보다 신경쓰이지 않는듯 했다.



 이런 일은 하루, 일주일, 한달... 꽤 오래된 고민이긴 한데...


나는 여전이 빨간 불에 멈춰 있으며


 여차하면 건너갈 명분을 찾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누군가 말했다. 남이사 하든가, 말든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하는 것이라고.



여기에 쓰이는 말은 아니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내가 가진 쓰잘데없는 하나를 가지고 열을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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