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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04. 2024

[생각] 모든 것은 주체성에 달려 있다_나는 읽고 쓰고

어린시절에는 안경을 쓴 아이들를 부러워 했다. 지적인 이미지, 안경이 주는 사회적 선입견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무언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눈 뜨고 가장 먼저 찾는 아이템. 나에겐 그런 것이 없었다. 

없으면 일상이 불가능해지는 아이템. 그런 것도 나에겐 없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만 채우고 살았다. 

말 그대로 없어도 그만이었다.

그때는 그게 컴플렉스였다.

지금은 아니다.

나도 완전히 의존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애착인형 같은, 영혼을 나눈 아이템 말이다.

그런 것 하나 만들지 못하고 결국 어른이 됐다.

'결핍'이 '결핍'된 상태로 소유욕이 만들어졌다.

'필요'를 '필요'로 했다.

'필요' 없는 것에 '필요'의 명분을 만들어 '필요'를 갈구했다.

 어거지로 만들어낸 빈 '결핍'의 자리를 '필요'로 채웠다.

마치 한쪽에서는 구덩이를 파고

다른 한쪽에서는 구덩이를 매우는 무한의 작업을 가동시켰다.

1g의 총량도 달라지지 않는 필요와 결핍의 투쟁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것은 습관이 됐다.

필요를 만들어내기 위해 억지 결핍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하나 둘 명분을 쌓아갔다.

있어야만 하는 이유.

가장 먼저 찾아야 하는 이유.

없으면 일상이 불가능해지는 이유.

문제를 만들지 않으면 문제가 안되는데

문제를 만들면 문제가 된다고..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채워져 갔다.

안경, 자동차, 스마트폰, 지갑, 시계...

단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될 것들...

없어본지가 너무 오래되서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것들...

거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의지하는 것을 넘어, 의존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랬다.

나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안경이 됐다.

그.. 안경쓴 사람...

사람들이

그렇게 불렸다. 

그것은 한몸이 되었다. 

아침부터 안경을 벗었다.

부활의 김태원 님은 안경을 벗고 큰 병을 고쳤다고 했다. 

결벽증을 고쳤다.

역시 그렇다.

안경을 벗으니. 세상은 파스텔 빛으로 빛나고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에서 자유로워 졌다.

스스로의 피부를 뽀얗게 만들고 주름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눈앞에 아른 거리는 먼지에서 자유로워졌고

차가운 곳에서 더운 곳으로 갈 때, 뿌애지는 것에 자유로워졌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스스로 선택하면 청빈이고

선택을 당하면 가난이 된다.

스스로 낮추면 겸손이되고

낮춤을 당하면 굴복이 된다.

불편을 정복하면 성공이 되고

불편에 정복되면 장애가 된다.

모든 것은 주체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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