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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03. 2024

[계발] 구매는 욕망에 끌리는 것이고 소유는 미련을 갖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에는 '이과수 폭포'가 있다. 이과수 폭포는 아름다움으로 꽤 유명하다. 이 폭포는 아르헨티나가 80%를 소유하고 있고 브라질이 20%를 소유한다. 그러나 이 폭포의 전경을 보기 위해서는 브라질로 행해야 한다. 아르헨티나에서보다 훨씬 더 웅장한 폭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언제든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를 더 모른다.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 브라질로 행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때로 한발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상대를 바라보는 일이 더 쉽다. 자신의 표정을 아는 것보다 상대의 표정을 보는 것이 더 직관적으로 편하다.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보다 눈앞에 보이는 상대의 호흡을 보는 편이 훨씬 쉽다. 고로 우리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오히려 더 바라보지 못한다. 우리가 어떤 호흡을 하고 있는지, 우리의 목소리는 어떤지, 표정과 말투는 어떤지 그것을 잘 관찰해야 다음 우리 선택을 현명하게 할 수 있다.

 욕망에 휩쌓일 때,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달릴수록 시야가 좁아지는 것과 같다. 우리는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무한대로 가속하며 달려 나간다. 욕망과 바람을 살피지 못하고 끌면 끌려가는 자석과 쇳덩이 같은 관계를 가진다. 욕망이 끌면 끌리는대로 따라가고 다른 욕망이 자석이 되어 끌어당기면 우리는 역시 그 방향으로 언제든 끌려간다. 그러니 주체성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엉터리 자아가 형성된다. 방향성도 없이 외부에서 주어진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어버리는 셈이다. 고로 자신의 욕망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에서 어떤 욕망을 선택해야 하고 어떤 욕망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고로 욕망을 알기 위해서 선호를 알아야하고 선호를 알게되면 가치관을 알 수 있게 된다.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판단해야 한다. 치약을 뚜껑을 열고 뚜껑이 아닌 치약을 갔다버리면 안되는 것처럼 우리는 주어진 옵션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아야하며 그 욕망의 끌림에 어느정도 응할 수 있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패턴'을 살펴봐야 한다. 사람의 소비패턴은 그 사람을 알 수 있게 한다. 

 2012년 미국의 대형소매 업체 타겟에서는 소비자의 행동 분석과 그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소비자가 선호할만한 할인 쿠폰을 우편으로 보냈다. 그런데 한 부모가 마트로 항의를 했다. 자신의 자녀는 여고생인데 어째서 임산부 용품관련 할인 쿠폰을 보냈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여고생은 실제로 임신한 상태였으며 타겟의 예측 모델은 여고생의 평소 구매 패턴을 통해서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지출이란 우리가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돈'을 포기해서라도 얻고 무언가다. 바로 '돈' 보다 상위한 우리의 '욕망들'이다. 소비를 관찰하는 것은 욕망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어떤 사람은 경험에 비용을 지불하고, 어떤 이들은 사치품에 비용을 지불한다. 누군가는 여행하는데 돈을 쓰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는데 비용을 치룬다. 사람마다 돈을 포기하게 만드는 욕망의 모양이 각자 다르다. 고로 무엇에 지출하는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우리를 알 수 있다. 또한 그것에 종속되어 있는가. 그것에서 자유로운가. 구매하는 것은 욕망에 끌리는 것이고 소유하는 것은 지난 욕망에 미련을 갖는 것이다. 고로 무엇을 구매했는지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정신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혹시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유통기한 지난 조미료? 곰팡이가 쓸고 눌러 붙은 영양제? 사용하지 않는 치약뚜껑이나 고장난 전자기기? 꼬여 있는 충전선이 저 보이지 않는 서랍 구석에 박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버리지 못한 미련들은 물리적 공간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공간에서도 우리의 여유를 좀먹는다.

 20세기, 물품의 대량 생산은 시작됐다. 소품종 대량 생산의 시작이다. 포디즘과 테일러리즘 덕분에 이는 가능해졌다. 포디즘은 '포드 자동차'의 창업주 '포드'의 이름을 땄다. 생산 조립라인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생산 공정을 표준화하면 물품은 빠르고 쉽게 생산된다. 테일러리즘은 '프레드릭 윈즐로 테일러'의 이론이다. 포디즘에 기반이기도 하다. 작업을 세분화하고 표준화하여 효율적으로 물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후 '플라스틱'이 개발되면서 더 싸고 더 편한 물품이 대량으로 나오게 됐다. 원래 피아노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마리의 코끼리를 죽여야 했다. 지금은 석유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얻게 된 부산물로 쉽고 싸게 플라스틱을 만들어 버린다. 고로 대부분의 물건 값은 허무맹랑할 정도로 저렴해져 버렸다. 고로 어떻게 되어 버렸는가. 우리는 함부로 사고, 버리지 못하며 계속 쌓아가는 삶을 살아간다. 욕망과 미련에 쉽게 유혹되어 종속되어 버린다. 때로 그 종속을 더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또다른 종속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체적인 삶은 어디에 있는가. 버리다보면 들이는 일도 신중해진다. 그럼 욕망에 덜 끌리고, 소유에 덜 미련을 가지며 그 모든 유혹에서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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