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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19. 2024

[인문]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_그냥

 소설가 윌리엄 깁스는 이렇게 말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모두에게 균등하게 온 것은 아니다."

 실제 어느 한 사업가가 '화성탐사'를 위해 23층 건물 높이의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이 시기에도 동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는 기아에 목숨을 잃는 이들이 속출한다. 실제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모두에게 균등하게 온 것은 아니다.

 예전, 한 학생이 물었던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게 될 텐데, '의사'라는 직업은 없어질 직업 아닌가요?"

나는 답했다.

"아니, 의사라는 직업이 더 쉽게 일하게 되겠지."

 기술은 혼자서 발전하지 않는다. 제도를 만나고 문화를 만나 적당한 제동에 걸리고 알맞은 옷을 입게 된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사실 가솔린 차보다 전기차가 더 먼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전기차는 '미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술 중 하나 아닌가, 그러나 최초의 전기차는 19세기 초에 이미 개발되었다. 로버트 앤더슨은 1832년 경 최초의 전기 마차를 만들었고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전기차는 꽤 인기 있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가솔린 차보다 전기차가 더 인기가 있기도 했다. 다만, 주유에 편리한 '사회 인프라', '사회적 제도', '석유산업의 발전', '전쟁과 에너지 기업의 로비'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가솔린차'가 시장을 점령했다.

 이미 일부 변호사들은 법적 문서 초안을 Chat GPT에게 맡긴다. 모든 것을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는 없지만 간단한 초안 정도를 인공지능에게 맡기기만 해도 업무 효율은 급격히 높아진다. 높은 업무 효율이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변호사나 의사라는 직업은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질 직업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 생산성이 높아질 직업은 그밖에도 많다. 교사, 강사, 심리상담가, 인플루언서, 작가 등이 그렇다. 이들의 특징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Chat GPT는 '학업 도구'가 될 수는 있으나 '스승'이 될 수 없다. 친분을 쌓는 일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할 수 밖에 없고, 누군가의 '히스토리'를 듣는 것을 기계가 대신 할 수는 없다.

 망치를 들면 세상이 온통 못으로 보이다는 말이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함께 따라온다. 심지어 모든 두려움이 '인공지능'과 결부되기도 한다.

 '페스트'로 인해, 유럽이 인구가 급격하게 줄었을 때, 유럽의 사회 구조는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제일 먼저 노동자 감소로 임금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농노와 농민은 더 나은 대우와 임금을 요구할 수 있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농노제가 약화됐다. 그 결과 자유 농민이 증가했다. 다수의 농장은 버려졌거나 생산성이 감소했고 일부 지주는 농업에서 목축업으로 전환하여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사람들은 기회를 찾아 도시로 이동했고 상업과 무역이 발전했다. 기존 귀족 계급은 엄청난 인구 손실로 인해 그 세력이 약해졌고 그로인해 사회적 이동성이 증가하여 하층민이 중상층으로 상승할 기회가 높아지기도 했다. 조금 비약해 보자면, 자본가가 만들어졌고, 자본가는 비싼 임금을 대신한 기계를 도입했다. 또한 노동자들은 이 기계를 때려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러다이트은 기계 파괴라는 단기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을 이용했으나,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권리와 생계를 보호하고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사회적 책임을 만들도록 했다.

 급격한 인구가 줄어들면 발생하는 일은 이처럼 단순히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인구는 급격하게 줄 때보다, 급격하게 늘었을 때 엄청난 문제를 발생하곤 했는데 아일랜드 대기근이나 로마 제국의 붕괴 등도 급격한 인구 증가가 문제였다.

 노동인구가 넘쳐난다면 '인공지능'은 필요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시장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사라지고 만다. 그렇지 않은가. 최근 '동해'에 유전이 발견되면서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리곤 했다. 아무리 기름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많으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모든 사업은 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아무리 굴착기가 존재해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삽을 들고 땅을 파는 것이 경제적인 곳이 있다. 그런 곳이 많다면 굴착기 사업은 더 대단한 기술혁신을 갖고 있음에도 살아갈 수 없다.

 선진국의 인구 감소, 인공지능의 발전은 어쩌면 또다른 패러다임의 변화일 수도 있다. 페스트가 창궐했을 당시에도, 사람들은 유럽의 존망을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패스트 이후 유럽은 사회 구조가 혁명적으로 바뀌면서 세계의 패권을 가져갔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지 않으면, 어쩌면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먼저 활용한 이들에게 다음 시대를 내어 주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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