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을 특히 좋아한다. 기행문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다. 기행문은 첫째로 수필이기에 누군가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나와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는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고, 때로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다.
사람은 가만히 머물러 있을 때보다, 다양한 사건에 휩싸였을 때 더욱 그 본질을 드러내는 법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이성으로 이미 다 알고 있는 일도 막상 자신의 일이 된다면, 혹은 갑작스럽게 그 환경에 처하게 된다면 저도 모르는 숨어 있는 본성이 나오게 된다. '기행문'은 그런 의미에서 사람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그뿐이겠는가. 기행문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 인문학적 배경을 알게 해주고 경제와 기후, 날씨를 비롯해 부차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마치 '하멜'이 회사로부터 보상 받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인 '하멜표유기'가 당시 우리 사회의 역사와 문화 등 시대적 배경을 말해주는 것과 같다.
'교토, 저 길 위에 저 시간 속에'를 읽으며 교토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다. 다른이들은 모르겠으나, '일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교토'다. 교토하면 빨간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가 우산을 들고 게타를 신은 모습이다. 어쩌면 녹차가 떠오르고 배경에 흩날리는 겹벗꽃잎이 풍성한 장면 정도가 떠오른다.
막연한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전통화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로, 우리의 '경주'와 많은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뉴질랜드에서 유학하던 시절 함께 살던 일본인 친구가 '교토' 출신이었다. 그에게 교토에 대한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자신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 '녹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는데, 인상이 깊었다.
경주하면 신라의 고도(古都)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마찬가지로 교토도 일본의 천년 고도로서 그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교토식 정원에 대한 설명이다. 교토식 정원 중에서 물 없이 자갈로 물결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가레산스이(枯山水)라고 한다. 이는 일본식 돌 정원으로 자갈이나 모래를 이용하여 물의 흐름과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가레산스이는 종종 명상과 내면의 성찰을 돕는 용도로 만들어 지며, 교토의 유명한 사찰들, 특히 료안지 같은 곳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꽤 똑똑한 방식이다. 물이 아니라 '자갈'과 '모래'를 이용하여 '물과 바다, 강' 등의 자연 요소를 만든 이유는 이렇다.
첫째,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물길과 출렁임을 모래를 이용하여 표현하면 정원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둘째, 물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유지보수가 용이하고, 물이 얼거나 증발하는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사실 물이 있는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꽤 귀찮은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철학적 이유다. 자갈로 물결을 표현하는 것은 불교의 '선 사상'과 연결 할 수 있다. 단순함과 내면의 성찰을 '가레산스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도서에는 적지 않게 '철학'과 '명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 '정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찰'이라는 장소를 설명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사찰 문화는 깊은 역사적, 문화적 뿌리를 갖고 있다. 이는 일본 불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본의 사찰은 단순히 종교 시설을 넘어, 문화유산, 예술, 건축, 정원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중요한 요소로서 기능한다. 일본에는 교토 뿐만 아니라 각 지역마다 다양한 사찰이 존재하며 이곳에서는 종교적 의식뿐만 아니라, 관광이나 명상, 예술 등의 다양한 장소로 활용된다.
특히 일본 사찰은 축제와 행사의 중심지로도 활용이 되는데,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령 교토틔 기온 마츠리와 같이 큰 축제들은 사찰을 중심으로 열리는데,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모두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내년 2월이면 아이와 함께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 여행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지인의 결혼식이 일본에서 열리다보니 방문하기로 했다. 일본을 방문하기 전에 일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다음에 일본을 천천히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 '사찰'을 중심으로 여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