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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인공지능은 나를 어떻게 복제하나_인스타 해킹

by 오인환

10년 전, '페이스북'을 통해 메신저를 보냈던 '황'모씨가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그녀

는 나의 모든 정보를 읊었다. '이름', '나이', '사는 지역', '출신 지역', '학교 이름', '직전 직장' 등 모든 것을 읊었고 내 친구 관계 또한 모두 읊었다.

그녀가 나에 대한 신상 정보를 읊었던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다짜고짜 나의 신상을 읊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만나는 여자친구에 대해 알고 있냐고 따지듯 물었다. 알턱이 없었다. 이름을 말했다. 기억이 났다.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잠시 언어교환하던 친구다.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나의 신상을 그렇게 잘 아는지'였다.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그녀는 나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모든 사진과 정보를 보고 마치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 안다는 듯 말했다.

그 소름끼치는 경험은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이후 나는 한동안 SNS를 하지 않았다. 한 번의 충격적인 기억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 뒤에 SNS가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어 '독후 활동'을 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에는 역시 나의 사진은 올리지 않았다. 책에 관한 글만 올렸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아이의 사진을 올리가 간혹 나의 사진과 개인적인 글도 올리게 됐다. 시간이 흘렀고 대략 7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 글은 대개 장문으로 4000자 이상의 글이다. 나에 대한 노출은 얼마나 됐을까?

ChatGPT에게 내가 사용하는 블로그와 브런치의 주소를 넣고 '정보'를 물었다. 척척 대답한다. 그리고 얼추 맞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백만 글자가 '데이터'가 되어 나를 표현해 낸다.

심지어 나를 빙의하여 시도 써낸다. 아래는 ChatGPT가 내 글쓰기를 흉내내어 쓴 시다.

고요한 새벽의 책장

고요한 새벽,

아이들의 숨결이 꿈 속에서 흔들릴 때,

책장을 열어본다. 하나하나 넘기는 페이지 속에

어제의 내가 담겨 있다.

글 속의 사유가

나를 새롭게 하고,

또 다른 날을 준비한다.

내면 깊이 스며드는 지혜,

그 속에서 나를 찾아본다.

아이들이 자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

나는 그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리라,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울려 퍼지도록.

대부분의 사람이 그 체류시간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많아져간다. 자는 시간 8시간을 제외하고 16시간, 우리가 지금 당장 온라인에서 체류하는 시간의 비중이 점점 많아진다.

온라인 '복제품'은 구분되지 않는 현실의 '복제품'과 같다.

언젠가는 이 온라인 공간에 모든 사람이 현실에서 나이를 먹고, 생각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고, 때로는 죽기도 할 텐데...

그냥 이렇게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고 기록되는 것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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