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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30. 2024

[읽을책] 어차피 제자리를 찾는다_사필귀정(事必歸正)





 착하게 살았다고 반드시 복을 받는 것도 아니고, 나쁘게 살았다고 반드시 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살았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반드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무작위 확률로 사고를 당할 수 있고 복권에 당첨 될수도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풍요롭게 살수도 있고 준비없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삶의 대부분은 '알 수 없는 힘, 즉 운'으로 결정된다. 고로 '요행'이나 '기적'을 바라는 경우가 생긴다. 인간이기에 당연하다.



 모든 것이 계획처럼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심히 하면 되고, 착하면 복을 받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너무나 당연히 요행을 바라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그렇게 작동되지 않는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각도는 '규칙'보다 '무작위'에 가깝고, 풀이 땅에서 솟아나는 간격도 '무작위'에 가깝다. 이런 불규칙을 '혼란'이라 부르는데 이른바 '카오스'다. 그러나 반대의 말도 있다. 규칙이다. '코스모스'다. 자연은 '무작위'로만 작동되진 않는다. 물은 반드시 아래로 떨어지고 태양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진다. 달은 모양을 바꾸는데, 그 오차는 극히 적으며, 오른쪽으로 던진 공은 반드시 오른쪽으로만 날아간다.



 세상은 거시적으로 보기에 규칙성을 갖고 미시적으로 보기에 불규칙성을 갖는다. 출렁이는 파도는 무작위하게 흔들리지만 우주에서 바다는 고요하다. 양자는 무수하게 출렁이고 변화무쌍하지만 겉으로 멈추어 있다.


 미시세계의 규칙과 거시세계의 규칙은 완전히 다르다. 카오스와 코스모스다. 그 모순이 적당한 균형을 만들어낸다. 미시세계는 불규칙이고 거시세계는 규칙이다. 불규칙은 멀리서 볼 때, 규칙을 갖는다. 속력과 방향을 알면 다음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즉 미래를 알 수 있다. 얼마나 안정적인가.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은 동시에 성립된다. 삶은 끊임없는 미시세계가 거시세계를 이루고 있는 바와 같다. 작게 보건데 변화무쌍하게 출렁거리며 존재하지만 크게 보면 반드시 규칙을 갖는다.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야구공의 다음 위치는 오른쪽이겠다. 다만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움직임은 '알 수 없다.'



 나의 마음이 불안한 이유는 너무 작은 것을 보고 있어서 아닌가. 지나치게 미시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그 다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방향을 알면 속력을 모르고, 속력을 알면 방향을 모르는 불안한 마음이 삶을 불행하게 한다. 내가 카오스를 들여가 보기에 불안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럼 크게 보는 것으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크게 보건데 모든 것은 '순리대로 움직인다'.


 사필귀정 모든 것은 정으로 돌아간다. 진자의 추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흔들릴 수 있어도 반드시 가운데로 돌아온다. 위로 솟구친 분수는 반드시 아래로 떨어지고 서쪽으로 가라 앉았던 태양은 반드시 동쪽에서 떠오른다.



 1분 1초를 잊고, 1년 혹은 10년 더 나아가, 한 삶을 단위로 관찰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건데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80세의 나는 몸저누워 있다. 거동할 수 없다. 그 상태에서 천장의 벽지 무늬를 가만히 바라보며 20년을 골골 대며 살다 죽을지 모른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떠올리고 있는 '과거'다. 이제 나는 삶 전체를 거시적인 안목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는 꽤 청춘이다. 지금의 불행은 행복이고, 지금의 악연은 아쉬움이다. 모든 것은 떠올릴만한 추억거리이며, 지금의 나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간절히 바라던 젊음 아닌가. 



 뭘해도 행복이고, 뭘 먹어도 맛이 있고, 어떤 기억도 좋은 기억이다.



 나는 거기에 '정도'를 두기로 했다. 아무리 흔들려도 그 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것은 계산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으며 안정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마치 화살이 놓인 자리에 과녁을 그려 넣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보기로 했다. 그냥 뭐가 되도 잘되기로 했고, 뭐가 되도 행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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