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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31. 2024

[시집] 시를 읽는 법: 강병인 글씨 & 나태주 시_서

 2018년 뉴베리 아너 상을 수상한 '제이슨 레이놀즈(Jason Reynolds)의 소설 중에 Long Way Down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굉장히 모호한 특징이 있는데, 소설인데, '시'이다. '시'인데 소설이고 글이 글이 되어 글을 표현하기도 하고 띄어쓰기나 빈칸 여백이 모두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을 펴보기 전까지 이 책을 온전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예전 한 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본에 있는 '.'과 '..' 그리고 '...'에 대해 표현하는 방식을 설명한 적이 있다. 글은 어떻게 전달하는가를 볼 때, 우리가 사용하는 '고딕체'를 이용한 정보의 나열은 심히 많은 걸 담을 수가 없다

 인간의 소통에는 '언어적 소통'보다 '비언어적 소통'이 압도적으로 높다. 굳이 그것을 비율로 표현하건데 7 대 93 정도가 된다. 다시 말해서 언어적 소통보다 더 중요한 정보는 꽤 나 직관적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모름'이라는 명사보다는 사람이 짓고 있는 표정과 눈빛, 말투, 분위기 등이 더 많은 '모름'을 표현하는 법이다.

 페이지 한 가운데 있는 단 하나의 글자, 혹은 페이지를 가득 담은 여러 단서가 전체적으로 물음표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시'에서 '폰트'는 몹시 중요하다. 같은 사람도 때와 장소에 따라 의복과 표정, 화장법, 눈빛을 다른 것처럼 '시'도 때와 장소에 따라 옷을 갈아 입어야 한다. 정숙해야 하는 곳에서는 차분한 표정을 짓고, 경건해야 하는 곳에서는 양복을 입는다. 본질은 그대로 두고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달라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라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언어적 아름다움' 뿐만아니라, '비언어적 아름다움'이 추가되어야 한다.

 서예가 '강병인'의 글씨로 보는 시인 '나태주'는 번듯한 사내가 때와 장소에 맞는 의복과 표정을 맞춰 입은 모습이다.

 언어로써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서예가'는 비언어적으로 표현한다. '봄비'라는 시를 보면 'ㅂ'이라는 단어에 들어갈 점이 비처럼 점점점 내리고 있다. 천지인은 묵직함과 가벼움을 번가르며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하거나 흘리며 글의 운율을 더하고 시 전체를 정방형으로 두거나 띄어쓰기 간격을 극도로 줄이여 의미를 곱씹게하는 구간도 분명 존재한다.

 '서로가 꽃'이라는 시에서 '꽃'에 해당되는 'ㄲ'은 마치 꽃잎처럼 하늘하늘 거리며 그 꽃잎을 피운 줄기는 그 마디마디가 서로 얽히며 '꽃'이라는 언어가 주는 '의미'와 글씨가 주는 '비언어적 감성'을 동시에 느기도록 한다. 어떤 '시옷'은 기억처럼 누워 있고, 어떤 시옷은 ㅜ처람 꺾여 있다.

 어여쁨이라는 시는 쌍비읍을 이루는 'ㅂ'이 7번이나 사용되는데 그 위로 'ㅂ'이 3번, 아래로 4번을 사용된다. 이는 분자가 분모보다 작은 '진분수'와 같은 형태다. 진분수는 가분수에 비해 안정감을 준다. 가련 1/4는 아래로 단단히 기둥이 되어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면 4/1은 자칫 그 숫자가 넘어질 것 처럼 불안하다. 홀수의 분자와 짝수의 분모가 진분수이 형태가 되어 그 균형을 매끄럽게 잡는다.

 뿐만아니라, 'ㅇㅓㅇㅕ'라는 구간에서는 그 글이 주는 여백이 넉넉하여 둥글 둥글 물고기가 좌로 헤엄하는 형상이다.

 우리가 읽는 글씨는 대체로 컴퓨터에서 정형된 모양을 가진다. 고로 그 의미 전달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가진 감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떤 폰트로 글을 전달하느냐에 따라,때로는 화난 것 같은 감정이 전달되고, 때로는 애교스러운 감정이 전달된다.

 과거 조상들은 '명필'의 기준에 단순히 '내용'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 '추사 김정희'의 '추사체'가 대표적인데 우리가 '추사체'라고 부르는 '추사체'는 하나의 정형화된 글씨체가 아니다. 문제는 내용에 따라, 시기에따라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것이 정말 천재적인 표현법 아니겠는가.

 가만보건데 '모든 시'라는 것은 꼭 어떤 서예를 만나 그 감성이 다시 재표현될 필요가 있어보인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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