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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Sep 21. 2024

[인문] 100의 100%, 100만의 1%_세상 모든

 1번가의 기적, 34번가의 기적, 7번방의 선물.

모두 비슷한 이름이다. 이처럼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을 '극의 제목'에 사용하는 경우는 적잖다.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수', '택시운전기사'

이런 제목은 익숙한 제목의 인지도를 이용해 빠르게 전파되고 제목을 몇번을 더 되뇌는 효과가 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제목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더니', '핸드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핸드폰을 떨어뜨렸더니'와 너무 비슷하다. 이처럼 비슷한 제목은 틀린 제목을 몇번 되뇌는 과정에서 저절로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자고로 '외우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떠오르게 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이 둘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답하기도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은 쉽게 각인되는 것이 가장 좋다.

 예전 한 정치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욕을 먹더라도 많이 알려지는 것이 좋다.' 그 말의 저의는 이렇다. 100명에게 알려지고 100% 지지받는 정치인보다 100만명에게 알려지고 0.1%에게만 지지 받는 정치인이 결과적으로 더 낫다는 의미다. 그렇다. 100명에게 알려지고 100% 지지를 받아봐야 결국 100명이다. 다만 100만명에게 알려지고 0.1%에게만 지지를 받으면 결국 1000명이다. 결국 만인에게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인지도'가 높은 쪽이 무조건 이득이다.

 사람에게 '기억이 나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도쿄대 의대 명예교수 요로 다케시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웃으면서 생각을 바꾸지만 설득되어 생각을 바꾸는 일은 거의 없다.'

 예전 동화 중 '바람'과 '햇님'의 나그네 외투 벗기기 시합과 닮았다. 결과적으로 느리다고 생각되는 방법이 가장 빠른 법이다. 얼핏 내가 살던 동네에는 재밌는 이름의 음식점들이 있다. '오리전문점'인 '탐관오리'나 '고기전문점'인 '육값하네'가 그렇다. 이런 이름들은 '헛'하고 헛 웃음이 나오지면 결국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반복적인 변주를 통해 기억에 각인시키는 방법은 광고와 정치, 미디어에서 자주 활용된다. 특히 반복된 노출과 유사한 변형은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데 어느 순간 인식 속에 스며들어 결국 자연스레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서는 단순 반복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소위 '감정의 고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 정보보다 자신의 감정에 연결고리가 있는 요소에 집중하고 집착한다. 고로 아무리 비슷한 제목이라도 그 속에 특정한 감정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면 그만큼 강하게 각인된다.

 앞에서 언급한 '요로 다케시' 교수의 말에 따르면 '웃음'이나 '유머'는 꽤 적잖은 감정의 반응이다. 우리 인간은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상대를 기억한다. 이처럼 우리의 감정을 사용하고 반복적이고 기억나게 하는 작명법을 '퓨즈'라고 한다. 퓨즈(FUSE)는 Fun(재미있고), Unique(독특하고), Story(스토리가 담긴) 그려먼서도 Easy(쉬운) 이름을 뜻한다. 이러한 것들이 퓨즈처럼 결합되어 빛을 만드는 법이다.

 나의 블로그 이름도 그렇다. 블로그에는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 양자역학에 관한 이야기, 시사에 대한 이야기, 역사에 관한 이야기,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 경제나 주식에 관한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가 있다. 대체로 책을 읽고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하여 뱉는다. 보통 먹고 소화하면 먹은 모양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는 없다. 어떤 경우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의 글이 그렇다. 나는 책이 주는 영양분을 삼키고 소화시켜 블로그에 배출한다.

 고로 나의 블로그는 화장실이고 글은 똥이다. 다만 사찰에서 화장실을 이르는 '해우소'라는 이름을 지어서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다시 내가 먹고 소화하고 배출한 양분은 다시 누군가의 양분이 된다. 그것은 다시 돌고 돌아 나에게 온다. 예전에 언급한 적 있지만, 열역학 제 1법칙과 제2법칙에 위배되어 불가능하다는 무한동력이 먹고 싸지르는 이 블로그 내에서 가능하다고 여긴다. 내가 먹고 배설한 무엇이 온라인 이곳 저곳에 거름이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배출을 공개적으로 싸질러도 충분하고 배변을 참을 필요도 없다. 실컷 먹고 마음껏 배설한다.

 예전 '먼 곳에서' 라는 소설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스웨덴 농장 감자에 떨어진 빗방울도 언젠가는 호랑이 방광 속에 있었다'는 대목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자' 사상과 불가 사상을 닮았다.

 이야기는 꽤 돌고 돌았지만 결국 이름을 짓는다는 행위는 전체를 함축하는 대표 '문장'과 '단어'를 선출하는 일이다. 우리가 우리를 대표하는 이를 신중하게 선거하든 '이름'을 선출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책을 읽다보면 제목에 이끌려 읽되, 결국 이름과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또한 일단 '선택'됐다는 점에서 '선택받지 못한 다른 도서들보다 더 낫다.' 결국 이름은 본질을 담은 또다른 본질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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