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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동식 작가의 짧고 강한 단편 모음집_13일의

by 오인환

'김동식 작가 님'이 좋아하실지, 불쾌해 하실지 모르겠다. 다만 '엽편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이기에 내멋대로 좋아하실 거라고 믿고 말한다.

'김동식 작가 님의 소설은 개인적으로 전자책으로 보기 참 좋았다.'

최근 '오닉스 팔마'를 구입했다. 언제 꺼내 보는가 하면, 대체로 길을 걷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잠들기 전 불을 끄고 나서, 정도 보는 것 같다.

내가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내가 '맥주'를 좋아하는 이유와 꽤 결이 비슷하다.

나는 입맛이 '초딩입맛'이라 아직까지는 '술보다 콜라'가 맛있다. 그러나 그 말이 거짓말인 것처럼 '맥주를 자주 마신다. 내가 맥주를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프랜즈'라는 시트콤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프랜즈'는 내가 해외에서 최소 50번은 돌려 본 프로그램이다. 추측하건데 해외문화나 영어를 '현지 유학생활'에서 배운 것보다 드라마 '프랜즈'에서 배운 부분이 더 많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덕분에 드라마상 캐릭터들이 마치 현실 친구인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인데, '챈들러'와 '조이'라는 인물이 종종 '안락소파'에 앉아 병맥주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즉, '맥주'라는 술보다는 '맥주'가 가져다주는 '휴식'이라는 '감성'을 좋아하여 '맥주'를 마신다.

'맥주'를 까서 들이킨다는 것은 '이제 일과 끝이다.', 혹은 '이제 릴렉스 타임이다.'라는 의미를 가져다 준다. 고로 맥주를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꿀떡꿀떨 삼키는 그 모습을 3인칭 시선으로 느낀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렇다. 종이책을 들고 조명의 조도를 낮춘 다음 안락의자로 다리를 들어 올리면, '자, 나 이제 휴식 들어간다.' 하고 '릴렉스'하는 감성이 3인칭 시선으로 느껴진다.

종이책은 그런 의미에서 '각잡고 보는 매체'다. 그러나 단순히 일회성으로 즐기고 싶은 글감도 있다. 이때는 '감성따위는 개나 주고 그냥 무감성 전자책'을 선택한다. 집중할 필요없이 가볍게 소비하는 컨텐츠를 전자책에 담아두면 머리를 비우고 그냥 즐길 수 있다.

그때, 김동식 작가 님의 엽편소설만한 게 사실 없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순간, 그냥 가볍게 걸어가는 동안에 빠르게 몰입하고 빠르게 소비하고 또 빠르게 잊게 된다.

그렇게 '김동식 작가 님'의 소설을 전자책으로 다시 보게 됐다. 그의 소설은 그런 가벼운 컨텐츠를 주로 하지만 그의 소설은 '쇼츠'나 '릴스'에서 잠시 떨어뜨려 '긴글 컨텐츠'로 가게하는 중간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번 시작하면 멈춰지지 않는 짧은 영상 컨텐츠를 보다보면 긴글을 읽기가 쉽지 않다. 그때, 김동식 작가의 짧은 소설을 몇편 보게 되면 순식간에 분위기는 '글읽는 분위기'로 바뀐다.

나의 아이폰은 '윌라'나 '밀리의서재'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켜면 자동으로 '독서모드'로 변경된다. 독서모드로 변경되면 모든 알림은 정지가 되고 연락도 오지 않고 모든 어플리케이션도 숨겨진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나의 뇌를 '독서모드'로 순식간에 바꾸는 매력이 있다. 거의 소설은 분명 비슷비슷하면서 기발하고 읽을때는 참 기가찬데, 읽고나서는 잘 기억에 나질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글은 꽤 쉽게 읽히는 편이라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는 우리 딸이 조금만 더 커도 바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책 몇권이 종이책으로 서재에 꽂혀 있는 것이 나쁘지 않다.

기발한 소재에 가끔은 엉뚱하게 전개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글도 있다. 읽다보면 다음 내용이 유추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짧은 구성에서도 그것을 반전 시키는 매력도 종종 있다.

단편집 제목인 '13일의 김남우'는 역시 여러 소설의 모음집이지만 그중 13일의 김남우는 꽤 흥미로운 소재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사랑의 블랙홀'이라고 명명된 영화, 'Groundhog Day'와 비슷하다. 그 소재에서 시작하지만 진행방식이 약간 달라진다. 이런 일상 공상적인 내용의 소재는 신선하고 재밌는데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왜 더 나오지 않는지, 리메이크가 왜 안되는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김동식 작가'의 소설에서 비슷한 소재를 만났다. 어떤 소설은 조금 중장편으로 이어져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당분간 그의 소설을 계속해서 읽을 것 같다. 최근 짧은 영상을 자주 보게 되는데, 역시 그의 엽편 소설로 '독서모드'를 가동 시켜야 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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