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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Oct 30. 2024

[인문] 진실이란 무한한 길 속에 놓인 쉼표와 같다_페

 '진실이란 무한한 길 속에 놓인 쉼표와 같다.'

 끝없는 길 위에 잠깐의 멈춤 정도. 진실의 위치는 그 정도다. 언제나 '완전'하지 않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는 정도가 '진실'이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밖에 없다.'

 '진리'가 변화 무쌍하다는 것은 고대 인도철학에서도 너무나 당연하게 등장했는데 그것을 담은 글이 '금강경'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한때, '우주의 법칙'으로 여겨졌다. 또한 수백 년 동안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했다. 더 나아가서는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뉴턴의 법칙은 우주를 설명하는 '절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 졌다.

 진리라고 여겼던 어던 법칙도 때로는 '영속' 중의 쉬어가는 '쉼표'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찾아 다니고 있지만, 절대적이지 않고 영원한 것은 없다.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지식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고로 언젠가는 상대가 맞고 언젠가는 내가 맞는 수레바퀴와 같은 진리의 삶을 살고 있다. 언젠가는 평평한 지구가 맞고, 언젠가는 둥근 지구가 맞다.

 다시 말해, 진리란 '하나의 완결한 결론'이 아니다. 진리는 '끊임없는 의심과 탐구, 재고찰의 여정 중에 잠시 도달하는 '찰라'와 가깝다. 가끔 너무 쉽게 가짜 정보에 휩쓸린다. 그리고는 그것이 진리에 가깝다고 여긴다.

 다만 진리는 모두에게 주관적인 것이며 모두는 '진리'를 가장한 오류 속에서 속거나 속이고, 때로는 믿거나 신봉하기까지 한다.

 

 고로 상대의 진리가 맞을 수도 있고 나의 진리가 맞을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으되, 나의 진리가 맞다는 나만의 철학이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철학과 상대의 철학을 모두 비판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도 갖고 있어야 한다.

 '방사능 공포'라던지, '물이 모든 걸 알고 있다던지', '지구가 평평하다' 던지 하는 착각도 모두 그렇다.

 과학적 '진리'라고 부르는 것들은 꽤 진리와 닿아 있지만 그 자체도 '과학적 권위'에 의해서만 '증명'되는 모순을 갖는다. 우리가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지구가 평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관한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이들의 주장은 분명 현대 과학에서 말도 안되는 오류투성이다. 다만, 뇌로 들어오는 오감 자체가 화학으로 결과로 만들어진 '전기 신호'의 해석 뿐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 자체의 '진위'도 모두 '믿음'의 영역이다.

 조현병 환자의 뇌속에서는 '환청과 환시'가 모두 실재한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보면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은 컴퓨터 프로그램 상의 오류처럼 오류 투성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손이 솜뭉치처럼 둥글다고 여긴다. 그것을 확신한다. 어떤 사람은 지하철에 자신의 다리를 두고 왔다고 확신을 하고 어떤 사람은 여든이 된 실제 나이와 다르게 8살까지의 기억만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국정원'에서 자신을 감시한다는 완전한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그 사람들에게 '진실'은 거기까지다. 

 제3의 시선에서 '병'이 있다고 진단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완전한 세계다.

 우리가 진리라고 여기는 것들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때로는 과학이 그것을 속일 수도 있고 정부나 신앙이 그것을 속일 수도 있다. 그것이 수정될 수 있음을 언제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병식없는 망상장애자처럼 완전한 세상을 깨지 못해 치료받지 못하는 것은 때로는 상대적 진리가 절대적 진리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모두 상대적 진리' 속에서 삶을 살며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절대적 접점'을 찾아 '공유 진리'로 설정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에서 모두는 끝없는 질문을 통해 상대가 가진 진리와 지신이 가진 진리를 비교하며 비판적 사고를 갖고 상대의 것과 나의 것 모두 진리일 수 있고 모두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가져야 한다.

 결국 지구가 평평할수도 있다. '누군가의 진리'에 귀를 열고 자신만의 철학과 비판적 의식을 통해, 거짓과 진짜를 판가름 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를 해야 함이 틀림없다.

 꽤 잘 만들어진 책이고 생각할 거리가 풍부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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