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한자'를 익히고 '수학' 2장을 푼다. 이후 독서, 숙제를 하고 학교에 간다. '한자'와 '수학'은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눈을 뜨면 가정 먼저 하는 행위다. 고로 아이는 잠들기 전에 머리 맡에 수학, 한자, 책을 놓고 잠에 든다.
이때 익힌 한자를 온전히 쓸 수 있는지 완전히 머리에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이때 풀었던 수학 문제를 모두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하는 일도 아니다. 이때 읽은 책이 온전히 머리에 남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하는 일이다.
그러면 왜 그래야 하는가.
첫째, 망각 활성 시스템 때문이다.
아침에 집중해서 익힌 정보는 단순히 머릿속에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익힌 정보는 하루를 보내면서 꾸준하게 우리 뇌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고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왜, 악몽을 꾸고 난 뒤에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을 느끼거나, 실제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경험을 하지 않나.
아침에 익힌 정보는 하루 일상 중 불쑥불쑥 떠오른다. 단순히 암기한다가 아니라, 하루 일과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돌 석'이라는 글자를 보게 되면 유난하게도 '비석', '석유', '석상' 등의 단어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비슷한 모양의 간판 글씨나, 스치고 지나갈 법한 책의 문장이 다시 들어온다. 하루 일과에서 자연스럽게 접촉할 기회가 늘어난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게 되면 학습한 내용은 더 오래 기억되고 나아가 자동화된 기억 체계로 축적되며 단단해진다.
예전, 전생에 관한 실험을 하는 관찰 카메라 프로그램을 본 적 있다. 관찰 카메라는 실험 참가자들의 '전생'을 확인하겠다고 한 뒤, 최면을 통해 전생을 확인했다. 이들은 실험을 위해 대기실에서 잠시 대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대기실에 '춘향 전'에 등장하는 '성춘향'에 관한 그림과 책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놀랍게도 실험 참가자들 다수는 자신의 전생이 '성춘향'이라고 답했다. '춘향전'에 등장하는 '성춘향'은 실존인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들은 자신의 전생을 실존하지 않는 '소설 속 인물'이라고 답했던 걸까.
아마 '망상활성화 시스템' 때문이다. 우리에 들어온 정보는 그 중요도에 따라서 망각해야 할 것인지, 장기기억으로 들어갈 것인지를 설정한다. 이때 중요 정보라고 여겨지는 정보에는 우리 뇌가 기민하게 반응하게 되는데, 우리의 무의식이 비슷한 정보를 계속해서 상기시키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을까.
바로 루틴을 가지는 것이다. 루틴은 우리에게 '결정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위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결정을 내리기 위해 소모하는 정신적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음을 말한다.
결정 에너지는 전체 정신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3~40%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특히 작은 결정이 반복할 수록 더 피로도를 높게 가진다. 가령 하루에 수십 개의 사소한 결정을 내리면 의사결정 피로가 쌓이면서 나머지 일상 활동이나 중요한 일에 쓰일 에너지가 줄어든다.
실제 법원에서 판사들이 가석방을 내리는 사례를 보자면 아침 시간에는 가석방 승인 확률이 높지만 오후로 갈수록 승인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판사들이 점점 더 많은 결정을 내리면서 피로해져 보수적인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루틴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적절한 습관을 한다는 행위를 넘어서 실제로 정신적으로 더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잇음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주커 버그는 항상 같은 티셔츠를 입곤 했는데 이들이 아침에 옷을 고르는 사소한 결정의 피로도 조차 줄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고로 어떤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이 순차적으로 기다리는 반면 어떤 이들은 행동에 앞서 매순간 결정을 내리고 유혹을 뿌리쳐야 하는 상황에 놓여진다.
고로 루틴을 갖고 대체로 그것이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라면 우리의 뇌는 의식 뿐만 아니라 '무의식'마저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