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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Nov 06. 2024

[생각] 알찼던 20대를 떠올리며..._건강에 관해서

 만 스무살, 저녁 9시에 뉴질랜드의 '클럽/바'에 출근하면 컴퓨터에 지문으로 된 출근 도장을 찍는다. 비워진 냉장고 칸에 '맥주'를 채워 놓고 각종 와인이나 양주병을 살피고 적당히 부족한 병은 새 병으로 채워 넣는다.

 '바텐더'들이 사용할 '얼음'을 채우기 위해 '제빙기'로 가서 '얼음'을 길러와 채워 넣는다. 뒷주머니에 빨간 헝겁을 꽂아놓고 물을 묻힌 다른 헝겁으로 '바'와 '테이블'을 닦는다. 빗자루를 들고 화장실, 클럽내부, 클럽 밖을 청소한다.

 그렇게 한 바퀴가 돌아가면 다시 '창고'로 가서 '코로나'와 '하이네킨'과 같이 잘나가는 맥주 상자를 미리 '창고 입구'에 꺼내 놓는다.

 그리고 바텐더들 옆에 자리하고 마른 헝겁으로 막 나온 유리컵을 닦는다. 유리컵을 다 닦으면 '라임'과 '레몬'을 반절로 썰고, 그것을 다시 4등분씩 8등분으로 만든다. 코로나 맥주병에 들어가는 '레몬'이다.

 그마저 다 하면 내 자리에 있는 '소다 건'으로 '콜라'를 한잔 따라 놓고 얼음을 채워넣는다. '매니저 말로, 소다 건으로 줄 수 있는 '콜라'와 '물', '진저비어'는 내가 무한대로 줘도 좋고 마셔도 좋단다.

 그러면 콜라를 홀짝이며 바텐더들이 출근할 때마다 인사를 건낸다.

 '하이, 테런'

 '하이, 앤디'

 '하이, 스카이'

뭐,.. 그렇게 출근이 끝나면 손님이 하나 둘 들어온다.

10시가 되면 바텐더 뿐만 아니라 기도들도 출근을 완성한다. '바텐더'는 대개 백인이었고 '기도'는 마오리였다.

 '하이, 펫'

 '하이, 멧'

 '하이, 노엘'

 11시가 되면 점점 손님들이 들어온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잔잔한 음악'에 조용한 손님들이 앉아서 칵테일이나 맥주, 와인 등을 마시다 가고, 금요일과 토요일이 되면 클럽으로 바뀐다.

 손님의 90%는 백인이었고 10%는 마오리였다. 직원과 손님 모두 아시아인은 없었다. 고로 바에서 유일한 '동양인'인 '나'는 꽤 주목 받았다. 어떤 손님은 '내가 와인을 따르기'를 바랬고 팁으로 5불씩 주곤 했다.

 평온한 주중은 그저 그렇게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지냈지만 주말이 되면 가슴까지 후둘켜 패는 '베이스'의 클럽음악이 나왔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듯 거의 뛰어다니며 클럽 바닥에 놓여 있는 빈병을 손으로 주워 다녔다. 그냥 줍지는 않고 빙글 빙글 춤추듯 빈병을 줍는다.

 화장실 청소, 맥주 채우기, 손님 응대하기, 컵 닦기.

가끔은 얼음이 동이나면 옆 클럽으로 가서 얼음 좀 빌려 달라고 동냥도 다녔다.

새벽 한 시, 새벽 두시, 새벽 세시.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시가 되면 손님들은 꽤 줄어든다. 개중에는 술 취한 아무개들이 같이 술한잔 하자고 이야기할 때도 있는데 단 한번도 응해 본 적은 없다. 아침 9시가 되면 '바' 입구로 나가서 담배꽁초를 쓸고 골목을 정리한다.

 그리면 아침 뜨는 해를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케밥' 하나와 '콜라'를 먹으면 몸에 묻은 찌든 때와 알코올, 땀이 피로와 함께 증발해 버리는 듯 했다.

 아침 10시 케밥을 먹고 아침 11시에는 아파트 청소를 갔다. 일단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빠르게 경로를 돌며 옥상까지 올라간다. 옥상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걸레로 손잡이를 닦으면서 1층까지 내려간다.

 그것이 끝나면 한시 정도가 된다. 간단하게 집에 가서 샤워하고 학교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끝나면 걸어서 30분 거리에 여자고등학교에 가서 청소를 한다.

 보통 학교는 카펫으로 되어 있는데 줄이 수십미터는 되는 진공청소기를 들쳐메고 줄을 동그랗게 잡는다. 그리고 한줄 한줄 풀어가면서 A동, B동, C동을 뛰어다니다 시피 한다. 그러면 대략 7시가 넘었다.

 청소를 할 때는 MP3플레이어에 팟케스트나 음악, 전공 수업 녹음본, 프랜즈나 영화 같은 영상의 소리만 인코딩해서 듣곤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샤워를 하면 8시가 됐는데, 그러면 앞서 말한 '클럽/바'가 시작할 시간이 됐다.

 잠을 언제 잤는지는 모른다. 그대 'Fat burner'라는 체지방연소제를 마트에서 사서 먹곤 했는데, 이유는 그걸 먹으면 없던 힘이 나곤 해서 그랬다. 나중에 보니 그 체지방 연소제에는 '카페인' 위험에 가까운 수준으로 들어 있었다.

 그때 잠을 못자고 무리하게 일하고 공부하면서도 하루에 '케밥' 하나 혹은 토마토 정도만 먹고 살았다.

 그러한 기간이 대략 2년 정도 넘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거뜬한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게 '젊음'에 끌어 쓴 '건강'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던 것 같다.

 이야기가 돌고돌았는데, 건강함이 극도로 받쳐주던 20대는 참 알찼던 것 같다.

 '아이고... 이제 약 먹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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