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는 인간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무의식'을 탐구한다. 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이 된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결정 짓는다고 봤다.
'로빈 노우드'의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프로이트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이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심리는 무엇 때문일까.
'로빈 노우드'는 이것이 단순 '나쁜남자'가 가진 '매력'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무의식적 욕구와 관련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적 패턴을 성인기의 관계에서도 반복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사랑이 불안정했던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갖는다. 나쁜 남자의 여자를 대하는 '애매한 태도'는 이 갈망을 자극한다. 그의 무심한 핸동 뒤에 감춰진 작은 따듯함이 마치 어린 시절에 간신히 받았던 관심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로빈 노우드는 이런 심리를 책 전반에 둔다.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성들은 자신이 사랑 받을 자격이 있고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그 노력은 때로 자신을 파괴하는 '집착'으로 이어진다.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면 상대가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를 떠나지 못한다. '나쁜 남자'가 자신에게만 한없이 '착해질 어느 순간'을 믿으며 일방적 관계를 잇다가 결국 자신조차 잃어버린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가. 첫째는 자신의 무의식을 인지하는 하는 것이다. 나쁜 남자와의 관게는 단순한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익숙했던 과거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둘째는 자기 돌봄이다. 관계에서 상대의 사랑에 매달리기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다시 프로이트의 이론을 비리자면, 무의식에 의해 휘둘리던 삶을 의식적으로 다룰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나쁜남자'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나쁘다'는 가치판다은 상당히 상대적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사랑을 왜곡시킨 스스로가 가진 심리적 뿌리를 직면하도록 돕는다.
'노우드'는 말한다. '사랑은 고통이 아니라 성장이어야 한다.'
관계에서 주는 것과 희생하는 것은 다르다. 어떤 것은 '내주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희생'이라면 '내줄수록'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이다. 고로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상대에게 매달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결핍에 대한 욕구다.
책을 덮고 생각해본다. 사랑은 상대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방향이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이전에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데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직면하도록 돕는다.
사실 이책은 2,30대 한창 연애를 할 젊은 여성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어쩌다가 나처럼 이미 흰머리가 스믈스믈 올라오는 아저씨에게 와서 읽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읽다보면 '성별'과 '나이'에 상관 없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은 분명 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