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을 때까지 몰랐다.
몰랐다기보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이의 취침시간과 식사시간에 대해 말이다.
하루 세끼,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밤이 되면 잠 들어 아침에 일어날 것이라는 착각을했다.
아이가 없다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충격이라면 무엇과 같냐면 군대의 기억과 같다.
입대 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불침번'이라는 것을 배웠다. '단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군대에 가면 불침번을 선다.
군인은 8시간을 자는 것이 아니다. 잠을 자다가 중간에 일어난다. 그리고 한 시간에서 길면 세 시간 불침번 혹은 경계 근무를 선다. 그리고 다시 잔다. 불침번이 되면 '코를 고는 병사'의 머리를 편안하게 조정해 주고 바닥에 주전자로 물을 뿌린다. 행정실 전화를 받기도 하고 불침번 일지를 작성하기도 한다.
시간은 대중없다. 어쨌건 취침시간에 잠을자다가 1시간을 일어나서 불침번 근무를 서고 다시 대략 두시간 자다가 경계근무를 나간다. 운이 나쁘면 아침 기상 한시간 전인 다섯 시까지 근무를 선다. 그러면 굉장히 애매하게 자다 일어나게 된다. 군 생활 중 가장 힘든 일이 '근무'였다.
'위병소'나, '유류고' 근무를 서게 되면 비나 눈이 오는 날, 자다가 난데없이 비나 눈을 잔뜩 맞고 돌아와 다시 잠야한다.
'내리 여덟시간을 자고 싶다'
그게 군생활 소원이었다.
군인의 노고도 분명하지만 서른이 되어 깨달았다. 그게 차리리 백번 낫다.
아이는 두시간마다 깬다. 울고 보챈다. 그러면 주방으로 가서 '주전자'를 끓인다. 분유를 물에 탄다. 섞는다. 잘 섞지 않으면 젖꼭지가 막혀 빨아도 우유가 나오지 않는다. 젖병을 손으로 쥐어본다. 너무 뜨겁다. 그러면 구운 고구마를 쥔 원숭이마냥 손바닥으로 미친듯이 젖병을 비비며 식힌다.
우유가 너무 차면 아이가 먹지 않는다. 설사 한다. 뜨겁거나 길면 우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우유를 먹인다. 우유를 먹이면 바로 눕힐 수 없다. 바로 눕히면 먹은 우유를 토해낸다. 아기의 머리를 왼쪽 어깨에 기대어 두고 왼팔로 아이의 엉덩이를 받친다. 오른손으로 아이의 등을 한참 두들긴다.
'꺽'하는 트림을 하한다.
제주에는 '구덕'이라는 '아기용 흔들침대'가 있다. 거기에 아이를 눕히고 흔든다. 처음에는 손으로 흔들다가 나중에는 발로 흔든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나중에는 '리모컨'으로 조절되는 '자동흔들침대'를 이용했는데 뭔가 시원 찮은지 더 운다. 고로 그것은 무용지물이 되어 다시 '구덕'에 놓고 한참을 흔든다.
그때서야 아이가 조용히 잠에 든다.
얼마 자는가 싶더나 다시 운다.
이유를 모르겠다.
머리속에 저장된 육아 알고리즘을 돌려본다.
상황 일. 밥은 먹었는가.
상황 이. 혹시 흔들는 세기가 약한가.
상황 셋. 트림을 못했는가.
아. 모르겠다.
백색소음도 틀어보고, 모차르트 음악도 틀어본다. 별짓을 다하다가 진이 빠진다.
'제발.. 도대체 왜 우는 거니...'
절망을 할 때 쯤. 떠오른다.
'아! 기저귀?'
기저귀를 만저보니 물컹 거린다. 기저귀를 벗긴다. '응가'가 잔뜩 묻어 있다. 물티슈로 엉덩이를 닦는다. 기저귀를 둥글둥글 말아놓고 미리 준비해둔 비닐 속에 '휙 넣는다. 뽀송뽀송해진 귀저기로 갈아준다. 한동안 아이를 안고 흔든다. 그제서야 잠이든다.
이 짓을 매 한시간, 두 시간마다 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 수고스러움을 밤 9시, 11시, 새벽 1시, 3시, 5시, 7시하고 나면 아침이다. 대충 씻고 일하러 나간다.
그 기간이 대충 군생활보다 길었던 듯 하다. 그 기간이 지난다. 그때부터 아이와 다른 전쟁을 시작한다. 바로 뭐든 다 부수거나, 입에 넣거나 우는 기간.
아이는 뭐든 다 입에 넣는다. 스마트폰을 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켜면 아이는 스마트폰을 달라고 한다. 책을 펴면 아이는 책을 구기기 시작한다. 가만히 있다가 무거운 머리를 바닥에 쿵하고 찍기도 한다. 그 와중에 기저귀가 가득차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것은 양반이다.
아이가 기저귀를 떼면 그 순간 지옥은 다시 시작된다. 외출시 기저귀를 챙기면 장시간 외출이 가능했다. 다만 갑자기 차에서 기저귀를 갈거나 화장실을 들려야 했다. 다만 아이가 애매모호하게 기저귀를 떼는 과도기 기간에는 '옷'을 꽤 많이 챙겨야 한다. 아이는 예고없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한다. 아이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말하면 대략 5분안에 내용물이 나온다고 봐야한다.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면서 화장실 레이더가 발동된다. 그리고 뛰어서 화장실 변기에 앉힌다. 이 과정은 10번중 6번은 성공하나 4번은 실패한다. 그러면 엄청나게 많은 물티슈가 사용된다. 어떤 경우에는 외출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유치원생이 되면 어떤 곳은 꽤 편해진다. 유치원에서 일과를 보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을 어느정도 다니다가 집에서 홈스쿨링을 했다. 이때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일단 아이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한다. 세수, 양치, 목욕, 화장실 이후 엉덩이 닦아 주는 일.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은 '밥먹는 시간'이다. 가만히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울거나 장난치거나 자리를 이탈한다. 그럼 그것을 데려다가 다시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밥과 반찬을 아이 입에 계속 나른다. 아이가 밥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마.... 3시간 정도? 하루 두끼를 먹이면 하루가 모두 지나간다.
'잠시만, 나는 밥을 먹었나?'
모르겠다.
먹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안 먹은 것 같기도하고...
아이가 잠에 들면 청소를 대충한다. 말그대로 뒤치닥거리하는데 하루를 웬종일 쓰고나면 아이가 잠들고 귀에서 '이명'이 들린다. '윙윙윙윙'
이 엄청난 시간동안 참 대단하게도 꾸준히 나의 독서라이프는 이어졌다. 일과 육아를 모두 병행하며 독서라이프를 가졌다. 고로 나의 집중력은 파편적으로 쪼개졌다.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단위로 쪼개진 집중력 때문에 정신적으로 예민해졌다. 그러니 당연히 책을 보느니, 짧은 영상을 보는 편을 택하게 되고, 그것도 아니면 그냥 멍때리고 있는 편이 낫았다. 그런 의미에서 7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장문의 블로그가 꽤 나에겐 훈장과 같다. 이게 가능하다니...
지금 8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조금 늘었다. 참 간질 맛나게 대략 15분정도?
집중 할만하면 아이는 묻는다.
'아빠, 이거는 뭐야?'
'아빠, 이거는 왜 그래?'
'아빠, 이거 해도 돼요?'
그러다 몇번은 버럭 화가난다.
그러다 다시 삼킨다. TV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화내지 않는 육아'를 보며 '난 참 나쁜 사람이로구나'를 몇번 자책한다. 그러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해?'라고 묻다가, 다시 '난 참 나쁜 사람이다'를 반복한다.
정말 치열한 8년이 지났다. 참 다행인 것은 '8년 간 글과 책'을 가까이 한 결과, 아이가 책과 글을 좋아하는 아이로 상장했다는 점이다. 과거에 대한 보상일까. 이제는 아이와 도서관을 가거나, 서점을 가거나, 카페를 가서 제법 글을 읽을 수 있다. 아이도 책을 읽기 시작한다.
이제 말이 너무 많아진 아이들의 놀아 달라는 요구와 자매끼리 노는 소리가 귓구멍으로 들어왔다가 뇌로 들어와서 정신을 마구 헤집어 놓고 다른 귀로 빠져 나간다. 지금도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 마구마구 헤집는 정신 속에 산다. 고로 지금껏 써온 대부분의 글은 굉장히 파편적인 글이다. 주제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중간 중간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놀아주고 다시 돌아온다.
귀를 틀어막고 싶은 그 욕구를 8년을 참았다. 굉장히 비싼 노이즈캔슬링 헤드셋을 구매하거나 이어폰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
귀에, '윙윙윙윙'. 지금도 그렇다. 다들 그렇게 기르고 있는 거겠지? 하면서 말이다.
남들과 다른 점이라면,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영상'을 보여주는 그 '편안함'을 이겨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참 스트레스이자 딜레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아이는 몇번이나 '아빠'를 찾는다. 대략 10번은 찾아온다. 그리고 떠들고 소리지르고 쿵쿵거린다.
'아이고,.. 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