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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09. 2024

[교육] 중세 하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시켰더니...

 '음독'이라는 활동만으로도 뇌의 기억력은 좋아진다.

 

만 48세 그룹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으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 첫 일주일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2주부터는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대략 4주가 지난 뒤부터는 만 37세 그룹을 뛰어넘는 성적으로 열 살 이상 젊은 사람보다 기억력이 좋아졌다. 묵독도 물론 좋은 독서법이지만 '음독'하는 습관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내가 사랑하는 '키스 휴스턴'의 '책의책'을 보면 인간의 문해력이 어떻게 사회 변화를 만들었는지 말하는 극단적인 예시가 나온다.

 과거 중세 시대 귀족들은 책과 관련된 작업을 하인들에게 부탁하곤 했다. 심지어 귀족들 중에는 글을 읽는 문맹도 많았다. 이들은 사교모임을 위해, 종교 서적이나 문학 작품들을 읽었어야 했는데 그런 이유로 자신의 하인들에게 글을 읽어 달라고 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책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하인'의 '손글씨'를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하인들은 '문해력'이 높아져서 전문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이들의 일부는 사회의 지식 계급이 됐다. 필사에 능숙했던 하인들은 '수도원'이나 '성당' 혹은 '상업 문서 작업'을 위한 '회사'에 고용되었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다소 높아졌다.

 유럽 중세 후반으로 가면 도시와 상업 활동이 많아지면서 문서 작성이나 읽기가 필요한 직업들이 늘었는데, 이때 문해력을 가진 하인들은 귀족의 집을 떠나 도시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직업으로 이동했다.

 하층 계급에서 문해력으로 지위 상승이 일어난 이후, 많은 이들이 자녀를 교육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 시기는 '르네상스' 시대와 맞나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부 귀족들은 문맹이기도 했다. 이들은 '문해력'있는 하인을 고용하여 문서를 작성하거나 재산을 관리하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처한 이들도 적잖았다. 하인이나 서기관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문맹 귀족들은 왜곡된 정보와 잘못된 문서에 의해 권력과 재산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받았다. 일부 하인은 재산 문제를 악용하기도 했고 중요 정보를 조작하기도 했으며 심한 경우에는 영지와 재산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글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신분을 올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한 셈이다. 중세 하인들은 귀족을 위해 책을 읽거나 필사했다. 이는 '유전자'와 상관 없는 '반복적인 언어 활동'이다. 이 활동을 강제하기만 해도 뇌의 신경망은 새롭게 형성되고 강화된다. 가령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는 과정은 '해마'와 같은 뇌영역을 활성화한다. 이는 기억력과 언어능력을 발달시키며 뇌의 물리적 구조 자체를 바뀌게 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신경세포인 뉴런 간의 연결 강도가 바뀌면서 신경 연결이 생성되는 것이다.

 문해력을 갖추기 시작한 하인들은 필사와 독서와 같은 반복 학습을 통해 집중력과 어휘력이 길러지고 이긋이 전문직으로 지위 상승을 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 뇌과학에서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음독'이나 '필사'와 같은 활동에 대한 중요성을 말한다. 이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뇌의 신경가소성을 촉진한다.

 물론 유튜브나 인터넷강의, TV를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정보는 단순 투입량만 쉽고 빠르게 늘어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가 분명 목적지에 빠르게 도달하도록 돕는 기계이지만 꾸준히 걸어야 하는 이유는 기초체력이 건강해야 그 '차량 이용'을 건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먹을 수 있는 양은 한정된 사람에게 무지막지한 음식을 쉽고 빠르게 집어 넣는 행위와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투입되는 정보량이 아니라 그것을 소화하는 소화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책은 다른 현대 매체에 비해 가장 느리고 지루한 정보 소화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원래 기술이 비해 진화는 아주 느리며 '근육과 같은 단백질'의 변화는 독서 행위처럼 느리고 점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참고로 책은 전자책으로 책을 보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말하고 있었지만... 이를 아이패드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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