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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06. 2024

[소설] '방관과 폭력'의 소설을 읽고 있는데 '비상계

 소설은 생존자 '하봉자'의 관점에서 미군 하지스의 내적 갈등이 교차로 묘사된다. 이는 단순 역사적 서술이 아니라 사건에 연류된 인물들의 다양한 관점을 느끼게 해준다.

 소설 '붉은 그늘'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를 비롯한 모두의 역할을 묻는다. 최근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더 적나라하게 소설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총'이나 '군인'은 '끔찍함'보다 '추억'에 가깝다. '군대'하면 먼저 떠올리는 일이 20대 청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에 군입대를 하며 비슷한 나이의 병사들과 '적잖은 추억'을 쌓은 일이 '군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다만 며 칠전 국회로 무장 군인이 투입되는 장면을 보게 됐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계엄군 투입'이라는 '교과서'에서 보던 사건을 실제로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을 사느라 '과거'를 잊곤 한다. '군인'이라는 말이 '추억'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소설로 혹은 짧지만 하루의 계엄으로 느꼈다.

 고광률 작가의 붉은 그늘은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을 그린다. 이 사건을 통해 집단 폭력과 책임을 묻는다. 소설 속 하지스는 군인의 명령과 인간으로써 양심 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그의 내적 독백이 비극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든다.

 하지스는 아이들을 겨냥하라는 명령을 받고 총구를 망설임없이 내렸다. 그 장면과아이들의 울음소리, 하지스의 내적 독백이 교차한다. 양심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 이 장면은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의 역할과 인간으로써의 도덕적 책임 사이의 대립을 보여준다. 시민을 마주한 젊은 계엄군의 심리 상태도 이와 비슷했을까.

 민주화 운동을 그리는 영화를 보면 시민과 군인들이 대립 초기에는 '인간다움'이 드러난다. '군인'들은 '시민'을 '삼촌', '부모', '형'처럼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시민'들도 '군인'을 '동생', '아들', '조카'처럼 여긴다. 다만 사건이 점차 격해지며 전혀 공존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개체'로써 존재하게 된다.

 

 우리는 짧은 계엄으로 잊혀졌던 과거를 강제 소환 당한다. 실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계엄'이라는 사실을 뉴스로 전해 들었다. 모두는 '수동적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소설을 읽다가 내려 놓은 나또한 '실제'를 바라보며, '소설'을 떠올리던 방관자 중 하나다. 유튜브 스트리밍 채팅에는 '내일 학교 가야 하나요?' 혹은 '출근하기 싫다'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우리가 1950년 비극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갔을가.

 명령을 따르는 군인이든, 침묵하는 시민이든,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고광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군인 하지스의 내적 갈등은 단순한 개인의 고민이 아니라 '인간 본질적인 질문'이다. 폭력 현장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폭력은 누군가의 방관 속에서 자란다. 그 방관자가 어쩌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고 계엄 사실을 듣고 잠못 이루진 않았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 이를 해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다. 실제 계엄은 해지가 됐고 계엄군 중 일부가 '의원'의 '국회 참석'을 묵인했다는 사실을 보며 소설속 '군인'의 내적 갈등이 떠올랐다.

 대통령 계엄이 해지되고 사회는 말한다. 사회가 성숙한 관료주의가 되면서 리더 한 사람의 부재나 이탈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대의민주주의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방관과 침묵에 의해 제도조차 무력하게 되는 일을 막는 것이다. 바로 '관심'이다. 얼마전 벨기에는 무정부 상태로 500일을 지냈다. 그 동안 평화롭게 국가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안, 대한민국에서도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됐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문제없이 국정운영되었다.

 이런 성숙한 '제도'를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극이 이땅에 있었는가. 소설은 잊고 있던 과거를 상기시킴으로서 지금의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감사함을 갖도록 한다. 어쩌면 이것은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순기능일지 모른다. 책은 612쪽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몰입도가 높아서 빠르게 읽혔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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