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혜심 교수의 '매너의 역사'에는 꽤 흥미로운 글이 있다.
의사가 멋진 마차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이다. 물론 이는 '설혜심 교수'의 의견이 아니라 당시 그렇게 생각했던 분위기에 대한 서술이다.
'수행원이 딸린 멋진 마차는 부를 상징한다. 그 부는 진료가 많아서 생긴 결과다. 진료가 많다는 것은 그가 엄청난 의학 지식이 있음을 말한다. 따라서 수행원이 딸린 마차는 위대한 의학 지식은 물론이고 그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의사의 인품을 말해준다.'
실제로 이 논리는 일리가 있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속가능한...'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다 쏟아 부어 수행원이 딸린 멋진 마차를 가질 수는 있다. 다만 그것이 지속가능한지가 중요하다.
식당에 가려면 가능한 '인기가 많은 집'을 가야 한다. 군중심리에 의해 남들을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 식당은 재료 소진 속도가 빠르다. 고로 재료 회전률이 높아 항상 신선한 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줄서는 병원을 가야 한다. 환자가 줄서는 병원은 의사와 의료진이 다양한 진료 경험을 쌓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의료장비와 시설관리도 최신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도 그렇다. 학생이 많은 강사에게 배우는 편이 낫다. 많은 학생들이 몰린다는 것은 학원 수업 방식이나 커리큘럼, 강사의 티칭스킬이 효과적이라는 입증을 '시간'이 해주고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경쟁에 노출될 수 있고 동기부여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수도 있다.
농사를 지을때, '가지치기'나 '적과작업'도 비슷하다. 나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생존에 유리한 하나'에 영양분을 집중적으로 보낸다. 튼실한 가지와 열매에 영양분이 몰리면 나머지 가지와 열매는 시들거나 죽는다.
이런 '쏠림 현상'을 '마태효과'라고 한다. 기독교 신약성서 마태복금 13장 12절과 25장 29절의 글을 차용한 용어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것 까지 빼앗기리라.'
이는 1968년 미국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로버트 마튼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학원, 병원, 식당 등 이미 잘 나가는 곳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법이다. 이는 외부적으로는 '밴드왜건 효과'을 불러 일으킨다. 밴드왜건 효과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했기 때문에 따라가는 심리다. 내부적으로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난다.
즉 최초에 실력이 쌓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고,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실력이 쌓인다. 여기에 밴드왜건 효과로 사람들은 더 많이 찾게 되고, 고로 이 선순환은 끊임없이 성장을 일으킨다.
고로 뭘하려거든 규모가 크고 부유하고, 오래된 곳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뭘 하려거든 오래하게 되면 부유해지고 규모가 커지게 된다.
'본질'이 '현상'을 만든다. 바오밥 씨앗을 심으면 비록 땅속에 묻혀 보이지 않더라도 강인한 나무가 자라날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노력의 씨앗을 심으면 비록 그것이 보이지 않더라도 성공이 자라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선의 씨앗을 심으면 비록 그것이 보이지 않더라도 행복이 피어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무것도 심지 않은 땅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무언가가 피어 났더라면 그 자리에는 반드시 그의 씨앗이 있을 거라는 것이 '인과론'이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은 땅 밑에는 무언가가 묻혀 있을 수 있지만, '풍요로움'이 자라난 자리에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고 요행으로 잠시 성공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지속가능한가 하는 물음이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무언가를 한 사람들은, 대체로 그를 찾는 수요가 꾸준했음을 의미한다. 그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해왔다는 것은 분명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쌓았다는 의미이고 그런 순환은 반드시 '부유함'을 갖게 한다.
고로 빨리 벌어서 '은퇴'하고자 하는 '은퇴 철학'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이 자연스럽게 길러준 '부유함'이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