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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INFJ(인프제)와 INTJ(인티제) 경계 어

by 오인환

MBTI 검사를 하면 INFJ와 INTJ가 반반씩 나온다. 조금 우울해지면 INFJ가, 조금 예민해지면 INTJ가 나온다. F와 T성향이 반반 정도 나오는데 이렇게 나오나, 저렇게 나오나 피곤한 성격은 마찬가지란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은지,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가장 많은 조회수가 나온 주제도 MBTI다.

예민하다고 하면 특히 '성격이 더럽다'와 연결되는데, 그것은 외부적으로 '짜증'을 표출 할 수 있는 예민성에 한정된 말이다. 그보다 더 예민하다면 '짜증'마저 삼키는 것이 상황을 둥글둥글 넘어 갈 수 있다는 지혜를 얻게 된다.

Highly Sensitive Person은 말 그대로 '매우 예민한 사람이란 뜻으로 HSP라고 줄여 부른다. HSP는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이 정의한 개념이다. 보통 사람보다 외부적인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그게 완벽한 나다,'

평소 무던한 성격이라고 자부하고 살았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면서 조금씩 예민해지고 민감해지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그 아이들의 특징이 말 많은 쌍둥이라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나의 최대 관심사는 '책 읽을 장소', '시간', '환경'을 찾아 나서는 길이다. 살기 위해 발악하듯 그런 환경을 찾아 다녔다.

키즈카페, 수영장, 카페, 도서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이 '수다쟁이'들과 '각각'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 헤매다보니 조금씩 아이들이 성장해간다. 주변에서는 '말 많이 할 때가 좋은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튼 이런 환경에서 가장 예민해지는 것은 '청각'이다. 가끔 부모님댁을 가면 아무도 보지 않는 TV를 켜놓는 경우가 있다. 집안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야 마음이 편하다는 부모님의 집에는 항상 TV가 켜져 있다.

그러면 '귓속으로 들어온 소리는 빠져 나가지 못하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정신적 방전을 시켜 놓는다. 그런 이유로 주변에 TV가 켜져 있다면 반드시 꺼버린다.

이 예민함이 점차 극에 달한다. 단순히 소리를 줄여주는 '노이즈캔슬링' 고가 해드셋을 구매하고, 귀마개는 필수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그냥 평소에도 귀를 막고 살고 싶은 심경이다. 사회 활동에 큰 문제가 없다면 맥스 귀마개를 24시간 착용하고 살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루프'라는 귀마개인데 꽤 고가다. 착용하고 나면 외부에서 귀를 막고 있는지 보이지 않으며 일상 소음의 데시벨을 낮춰준단다. 고가의 제품이라 아직 구매하진 않았지만 몇 달째 구매를 망설이는 제품 중 하나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 '청소기 소리', 심지어 형광등에서 미세하게 들리는 전자기적 소리까지 각종 소음이 정신적으로 고단하게 한다.

뭔가 품격있는 취미를 갖고 싶었던 욕망은 없으나 특히 가사 없는 '클래식 음악' 혹은 '빗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틀어놓고 심지어 나중에는 그것마저 꺼버린다. 2개의 유료 명상 어플리케이션을 구독하고 있고 아주 극단적으로는 '개인적인 이유'로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적다.

최재훈 작가의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를 보니 HSP의 특성 중 사람을 만나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쉽게 지친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그 사람의 표정, 목소리, 말투 등을 파악하고 그 상황과 사람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HSP 성향의 사람들은 꽤 이타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편이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HSP의 사람들을 사람들은 원하고, HSP 사람들은 사람들을 멀리하고자 한단다.

사람을 어떻게 딱 열 두가지 성향으로만 나눌 수 있겠냐만 MBTI에서 내향, 직관, 계획형인 것만은 분명하다. 거기에 사고와 감정이 것이 딱 절반인 만큼 다른 성향보다 더 복잡하고 예민한 듯하다.

T와 F를 구분하는 방법에서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질문을 던지면, '무슨 일 때문에 우울한데?'하는 감정형 반응과 '무슨 빵을 샀어?'하는 사고형 반응이 있단다.

나의 경우는 '우울한데 왜 빵을 사지?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우울할까.'하고 생각하면서 '근데 무슨 일있어?'라고 답할 듯하다.

책에서보니 '타고난 성향'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 말은 즉, 생긴대로 살라는 의미다.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면서 살라는 의미다. 그러하다. 나름의 내면적 고통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살고 있다. 그러고보면 HSP로 태어난 걸 피할 방법은 없고 받아 들여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고민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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