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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 생각보다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맞다

by 오인환

우리 모두는 '존 F 케네디'를 미국 대통령으로 알고 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사망 2년 전인 1961년이다. 즉, 그의 삶에서 '대통령'이라는 정체성은 아주 짧게 스치고 간 셈이다. 존 F. 케네디는 실제로 상원의원 6년, 하원의원 7년을 활동했으며 2차세계대전 당시 해군에서 복무한 기간도 '대통령 재임기간'보다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그를 기억하는 방식이란 '미국 대통령'이다.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제임스 딘' 또한 그렇다. 영화 배우로 활동한 기간은 불과 3년 뿐이었다. 그의 대표작도 고작 3편이다. 이소룡의 주요 활동기간도 1970년에서 1973년으로 극히 짧은 편이다. 우리나라 서태지와 아이들의 활동 기간도 4년이 안된다. 마지막으로 '링컨'은 4년 간 미국대통령으로 재임했으나 그의 삶에서 가장 오랜 시간 정체성으로 남아 있던 활동은 '변호사'로 24년간 일했다.

역시 그래도 대중이 그들을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에게 각인된 '순간'만을 그것의 모든 것으로 여긴다. 그들에게는 짧게 스쳐지나간 '경력'이지만 대중에게는 그것이 정체성으로 남는다. 무엇으로 기억되는지는 그렇게 의미를 만들어낸다.

책을 쓴다는 것은 '정체성'을 남기는 일이다. 사람과 삶은 워낙 유동적이라 변화무쌍하고 생각과 가치관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보는 사람의 시각, 관계, 태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고로 '사람'을 '컨텐츠화'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책을 쓴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황준연 작가'를 만난 적 있다. 당시 부모님 댁은 꽤 농촌에 위치했다. 우연히 네이버 지도를 살피다가 그의 사무실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보게 됐다. 간단히 메모를 해놓고 잊고 있다가 어느날,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불쑥 전화를 걸었다.

'네이버 지도를 보니까 근처에 계신다고 해서 연락 드렸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 활동하시던 주소지는 아니었다. 이후 따로 '서귀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남을 잡고 만났다. 짧은 만남이었으나 '책쓰기'에 진심인 편이다. 간단한 대화를 주고 받고 가끔 인스타그램에서 안부를 확인하는 사이가 됐다.

책을 쓰는 일은 꽤 흥미있는 일이다. 이미 과거에 두고 왔던 '정체성'을 뒤늦게 사람들이 쫒아 읽는 일이다. 첫 책이 나온지는 벌써 5년도 넘었다. 이어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책이 나왔다. 당시 거의 초고 수준이던 글은 그대로 출간됐다. 지금 보면 오탈자와 비문 투성이다. 문체도 많이 달라졌다. 심심찮게 과거 썼던 글을 읽은 독자의 리뷰가 올라 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꽤 죄송하다는 생각과 조금 정돈해서 출간 했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책이 출간되자, 간혹 강연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새로운 출간제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일은 부수적인 일이라 차치하고 가장 괜찮은 점이라면 '스스로가 정의됐다'는 점이다.

책을 쓰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고 드러낼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보고, 독자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된다. 이 과정으로 내가 얻은 것은 '작가'라는 호칭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하는 점이다.

스스로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출간'하면 명확해진다. 이 명확함은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도 명확히 갖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소개'할 때 유용하기도 하다.

일정 수준의 책이 출간되거나 일정한 판매부수가 넘어사면 '네이버 인물등록'이 가능하다. 혹은 '인스타그램'에 '파란색 체크'를 받을 수도 있고, '위키피디아'에 이름이 등록되기도 한다. 그것이 큰 의미를 갖진 않지만 본인을 소개하는데 이처럼 간편한 방법도 없다. 나의 경우에도 위 세 가지가 모두 등록됐다. 간혹 '위키피디아'에 어떻게 이름을 올리셨어요?'하고 묻는 경우도 있었는데, 잘 모르겠다. 해당 페이지에 '작가'라고 이름이 올라가 있고 짧은 프로필이 있는데 내가 올린 부분은 아니다.

황준연 작가 말대로, 책이 알아서 해주는 역할이 분명 있긴 하다. 개인적으로 '작가'를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 '삼고 싶어도 가능하지도 않다. 본업 작가라는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고 글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꿈 같은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어떤 글을 보건데, 직업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 1위가 '작가'라고 한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평균 소득도 꽤 높은 편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대부분의 작가는 글쓰기가 본업이 아닌 경우가 많다. 고로 일에 대한 부담보다는 '취미'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 고소득자가 출간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단다.

어쨌건 생각보다 책을 출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한글'이나 '워드'를 켜서 하루에 한 페이지씩 두 세달만 꾸준히 쓰면 책 한권 분량이 나온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하면 그만이다. 좋은글은 필요없다. 어차피 출판사가 출간 의향을 내비칠 때, 그들이 원하는 글의 방향이 각기 달라서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고로 그냥 매일 같이 취미삼아 한장씩 글을 쓰는 습관만 잡혀 있으면 1년에 3~4권의 책 분량의 글밥은 나온다.

고로 황준연 작가의 말대로 책쓰기는 생각보다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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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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