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사람들을 사랑하기란 쉬운 일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그 사람들이 바로 당신 옆에 있을 때 사랑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나간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쉽다. 어려운 일은 주변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때가 좋았지'하고 지난 날을 상기하는 것도 그렇다. '그곳', '그때', '그사람'은 항상 지나고 난 뒤에 진가가 보여진다.
표면적으로 모든 순간은 아름답다. 때문에 지나간 모든 순간도 아름울 뿐이다. 삶이 원래 아름다운데, 항상 과거만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아마 감정 탓이 가장 크다.
그리스 로마 조각상들은 모두 '흰색'이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실제 그 조각상이 만들어진 시기에는 각종 '채색'이 있었다. 채색을 복원한 석상을 본 적이 있다. 그야말로 촌스럽다. '별로'처럼 보였다. 상상의 여지가 전혀 없이 '딱'하고 정해준 답이 멋없어 보였다. 오히려 눈동자의 동공색조차 하얀 석고가 더 생동감 있게 보였다.
색이 빠져 있어야 되려 좋아 보인다. 기억이 흐릿해지면 가장 먼저 가려지는 것은 '불안감', '걱정'같은 감정'들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당시에는 영원할 것처럼 굴지만 '기억'의 영역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다.
감정이 증발되고 나면 '기억'은 뿌연 형체만 가지게 된다. 그것은 결점없는 아름다움이 된다.
감정에 휩쌓여 있다보니 꽤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지금의 것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의 문제이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라, 모두 나의 불안이고, 나의 걱정이고, 나의 망상 탓이다.
삶은 감정이 덧칠하는 얼룩덜룩 촌스러운 색으로 채워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덜어지게 되면 알게 된다. '감정'을 칠하지 않으면 과거나 현재, 미래 할 것없이 모든 것이 아름다웠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