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중 '지옥'의 세계관을 그대로 두었다. 다섯 소설가가 같은 세계관으로 글을 집필한다. '지옥 세계관'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다섯 작가의 글이다.
지옥 세계관은 이렇다. 갑자기 천사가 커다란 얼굴을 보이며 등장한다. 이들은 특정인에게 죽음을 예고한다. 그리고 떠난다. 예고된 시간이되면 사자들이 나타나 끔찍한 방식으로 대상자를 죽인다. 그리고 지옥으로 보낸다. 사람들은 '예고'를 받은 이들의 삶을 비난한다. 문제가 있지 않고서 심판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현상을 종교적 심판으로 해석한 '새진리회'란 종교가 생기고 이들은 사회를 장악한다.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와 광신 사이에 갈등한다. 다시 여기에 반기를 드는 단체인 화살촉이 등장하고 대상자들에 대해 폭력적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신의 심판을 옹호한다.
드라마에서 플롯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장면이 있다. 천사가 '아무개'에게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그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아무개'가 태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갓난 아이라는 사실이다. 갓난 아이가 '도덕적 죄악'을 저지를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는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심판'받는 사람에게 회개하라, 말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심판'의 기준이 '임의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즉 죄 있는 대상이 아니라, 아무나 심판 받는다.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한 '새진리회'와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그것이 '지옥'의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을 그대로 두고 각기 다른 다섯 소설가가 글을 쓴다. '지옥'의 세계관에 살고 있는 여러 인물을 그려낸다. 개중 기억나는 것은 '조예은 작가'의 글이다. '조예은 작가'는 최근 몇 작품으로 익숙해졌던 인물이다. 읽으면서 꽤 반갑다.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관에서 '조예은' 작가의 시각은 벗어나 있다. '세계관'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져 있다. 실제 그렇다.
넷플릭스 작품을 볼 때만 하더라도 '신'이라고 하는 존재나 그래픽, 액션을 기대하고 본 것이 사실이다. 사람에 대한 감정과 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보진 않았다. 그것을 글로써 보며 여러 느낌을 갖는다.
이렇게 한 세계관을 여러 작가가 공유하여 글을 쓰는 것을 '공유세계관'이라고 한단다. 분명 얼핏 비슷한 형식을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꽤 흥미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 들어가기 전에 짧게 몇줄 짜리 작가의 소개가 있다. 어떤 글을 쓰던 사람인지를 살피면서 글을 읽는 것도 재미다. 사실 소설이나 드라마 할 것 없이, 괜찮은 세계관을 확장하여 여러 각도로 보는 것은 꽤 안정적인 작법 같다.
어렵고 복잡하게 세계관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설득할 이유도 없다. 단 실제로 다섯 단편에는 '새진리회'가 어떻고, 박정자라는 최초의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독자가 이미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에 단순히 에피소드를 더 할 뿐이다. 이로써 짧게 몰입하여 읽기 쉽고 좋다.
넷플릭스에 지옥1을 다 봤는데, 이미 지옥2도 나와 있는 모양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만 월별로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보는데 이번 주말은 지옥2를 보기 위해서 넷플릭스를 결제해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