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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별하지 않고 이별하는 법_이별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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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자라면 '이별'에 익숙치 않다. 유치원에서 만난 친구는 초등학교에서 헤어짐 없이 다시 만나고, 초등학교 친구는 중학교에서 헤어짐 없이 다시 만난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서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 없다가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첫 이별'을 경험했다.



'이별'이란 그냥 보고 있을 땐, 계속 볼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 그게 마지막이었구나...' 깨닫는 사건 같다.


'이별'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만남을 할 때도 어쩐지 금방 다시 볼 것만 같다. 그것이 정말 마지막인지 알수는 없지만 대체로 정말 마지막인 경우가 많았다.



나의 경우는 여기에 적응력이 없어서 애초에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학 시절, 사람을 만나면 '비자만료 기간'이 대체로 '인연만료 기간'인 경우가 많았다. 헤어지는 당사자는 '그렇지 않아, 연락하고 지내면 되지' 말하지만 그것의 의지력이란 바람 앞 등불처럼 너무 나약하게 꺼져 버린다.



실제 유학 시절에는 '마음'을 주기 전, '상대의 비자'를 먼저 확인하곤 했다. 어차피 타지에서 서로 임시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로 존재하다 사라져도 괜찮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다.



군대는 306보충대를 나왔다. 지금은 없어진 보충대는 3일 간 머물다가 각자의 훈련소로 재배치 된다. 거기서 3일간 만나고 통성명하고 십년지기 친구처럼 친해진 '아무개'는 지금, 그 이름조차 기억나질 않는다.



우연히 20년 가까이 된 일기장을 봤다. 거기에는 나보다 3살 어린 한 남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과거의 '나'가 묘사되어 있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쫌스러움'이 아니라 '3살 어린 남자'의 이름은 난생 처음 듣는 듯 했고, 그와 겪었던 일이나 스트레스를 받던 감정은 '소설'보다 낮설다.



그러고보면 모두가 다 스치는 인연인데, 잠깐 '인연'이 된 와중에 뭘 그리 얼굴을 붉히고 살았나 싶다.


과거 부터 꽤 오랫동안 '사람'뿐만 아니라 '장소'에 대한 미련도 많은 편이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장소'에 정이 많이 드는 편인데, 고로 어딘가에서 이사를 갈 때, 꼭 의미없는 모든 것을 사진 찍곤 한다.



가령 곰팡이가 쓴 벽지라던지, 찢어진 방충망, 때로는 눌러 붙은 모기자국 같은 것 까지...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쉽다 생각하여 짝어둔 사진을 단연코 다시 본 적은 없다. 모든 건 다 물처럼 흘러 가 버리는데, '지금' 흘러가는 것을 아쉬워 하느라 '먼저' 흘러가는 것을 조금 덜 아쉬워 하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다 '미련'이고 '욕심'이고 '원'이라 거기에서 담담해져야 편해질텐데, 아마 타고난 팔자가 이래서 편하게 살진 못할 모양이다. 이런 타고난 팔자 탓에 마음을 바꾸어 먹기로 했는데, 이렇다.



'곧 사라질 이 세상을 위해 영원한 것을 잃지 마라, 영원이 이어질 영혼의 날을 순간의 즐거움과 맞바꾸지 마라.'



살다보니 사랑이나, 우정, 돈, 젊음, 시간 할 것 없이 어차피 모두가 왔다가 가는 것이고 어차피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나면 모든 것은 나에게 온 적도, 간 적도 없는 바람 손님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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