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늦게 확인한 아이의 통지표_초등 1학년성적표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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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초등 통지표라고 하지만...

아이의 첫 학교 생활이 무난하다는 것으로 뿌듯하다.

성실한 아이들을 만난 탓에 아직 큰 갈등은 없다. 눈뜨면 아이들은 해야 할 '학습지'를 풀고 만화책을 읽는다. 할 일 다 했으면 그 뒤로는 뭘 하든 간섭히지 않는다. 단!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중에서 해야하는 걸 먼저 해야한다는 순서를 강조한다.

책읽는 습관이 제법 만들어졌다. 도서관 나들이에 거부감이 없고 정리정돈이나 생활 습관도 꽤 올바르다.

그럼 됐다.

그 뒤로는 아이의 몫이고 하늘의 몫이지, 부모의 몫이 아니다.

부모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얼마 전, 하율이가 지갑을 잃어 버렸다. 지갑 속에는 대략 7만원 정도가 있었는데,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나오면서 놓고 나온 모양이다. 나는 잃어버린 지갑을 아쉬워 했는데, 아이는 덤덤하다. 돈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지난 일을 연연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다.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것으로 두고, 매일 같이 심부름과 수학문제를 풀었고 잃어버린 것 보다 더 많은 용돈을 채워 넣었다.

올 새해는 새뱃돈을 받아 지갑이 든든하다. 아이에게 수학과 한자 문제집, 한 권당 5만원씩 주기로 했었다. 아이들은 하루 2장씩은 의무로, 그 이후는 재미로 풀라고 두었다. 아이들은 총 3권의 문제집을 풀었다. 1월 동안 15만원의 용돈을 받았고 20만원의 새뱃돈을 받았다. 현금 규모가 꽤 커지자, 아이의 돈을 통장에 넣어 두었다. 아이들 말로는 새뱃돈을 받으면 결코 부모에게 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만화책'에서 봤다고 한다.

맡기는 순간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경고를 보고 결코 맡기지 않겠다고 한다. 고로 금액과 사용처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예탁증서 비슷한 걸 써줬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금액은 대략 50만원 정도. 조금 더 모아서 2층 침대를 사겠다고 한다. 목표가 생기고 아이들은 아껴쓰는 법을 배우고, 성취감을 느끼고 과정에 대한 인내심을 배운다.

오늘 설 연휴, 아이에게 2천원씩을 주었다. 아이들은 한손에 천원씩 2천원을 쥐고사 오락실을 갔다. 아이는 천 원으로 인형 뽑기를 했다. 인형이 곱게 뽑혀 나올리가 없다. 오락실에서 3~40분동안 남은 천원을 들고 게임하는 언니들을 구경하거나 인형을 구경한다. 뽑기 기계 앞에서 천원을 꼼질꼼질 만지적 거린다.

당장 ATM기계로 가서 출금하고 돈을 쥐어주고 싶지만 그러지 않았다.

40분이 넘고 아이는 그 천원을 고스란히 들고 나왔다.

인형이 안뽑히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고 한다. 아마 '아빠'의 돈이었다면 몇 번이고 했을 게임인데, 아이는 차라리 1000원으로 '확보'된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다율이의 말을 듣고, 아이가 상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부모의 나이 서른 몇쯤.

각각의 부모도 살아온 방식이 다르기에 아이에게 가르치는 부분도 다양한다. 고로 부모가 반드시 먼저 깨우쳐야 그것을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다. 고로 지금은 아이에나 부모에게나 모두 중요한 나이다. 나의 성장이 다른 이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단순히 수학문제 몇 문제 풀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부모' 깨우쳐야 하는 이유다.

한 일을 알고, 하고 있는 일을 알고,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것은 인생의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를 보며 나를 돌이킨다.

아이에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 길러내는 사람이 먼저 성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계를 부모로 설정하고 길러내는 육아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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