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되지말고, 피해자가 되지도 말되, 절대, 결단코 방관자가 되지도 말라."
홀로코스트 학자 예후다 바우어의 말이다.
2020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서아프리카 국가 출신 망명 신청자들을 대규모 추방했다. 서아프리카 국가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사회다. 고로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언론과 인권 단체의 비판이 거셌다.
줄리안 보저 역시 당시 그들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었다. 망명 신청자들을 다시 카메룬으로 추방 시키는 것은 직접적인 위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비판을 기사화 하던 중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법학교수를 알게 된다. '루스 하그로브'다. 줄리안 보저는 그렇게 그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의 아버지가 1938년 빈이 게슈타포에 넘어간 후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그의 외가도 1906년 오데사에서 유대인 학살을 피해 탈출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줄리안 보저는 자신의 조부모가 나치 치하의 빈에서 아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멘체스터 가디언'에 광고를 실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멘체스터 가디언'은 현재 그가 일하고 있는 '가디언'의 전신이다.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과거 조부모의 광고'의 이야기는 그렇게 '루스'에게도 전했다. 그러자 '루스' 또한 자신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를 같은 방법으로 탈출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줄리안 보저'는 자신의 직업의 장점을 십분활용한다. '가디언'의 기록 보관 담당자에게 자신과 '루스'의 이야기를 전한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탈출시키기 위해 '가디언'에 실었다는 광고를 찾을 수 있는지 말이다. 그렇게 '기록 보관담당자'는 1938년 8월의 광고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는 '교습'이라는 여섯개의 토막광고가 있었는데, 개중 그들의 '성'을 찾는다.
"훌륭한 빈 가문 출신의 제 아들, 총명한 11세 남자아이를 교육시켜줄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보거 가. 빈 3구, 힌처슈트라세 5번지 12호"
기재된 주소지를 보고 그는 확신을 했다. 그의 가족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말이다. '총명한 아이'란 '아버지'를 가리킬 것이다. 광고주는 자신의 조부모일 것이다. 역사적 배경에서 자식을 탈출시키기 그 흔적이 '광고' 속에 그대로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광고'는 '나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절한 사람'을 찾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렇게 광고에 실린 아이의 숫자는 총 여든 명이었고 이들 전부가 빈 출신이었다. '줄리안 보저'는 그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이미 100년이 된 이야기, 당사자들을 찾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판단한 그는 당사자의 자녀를 찾기로 한다. 이렇게 3대에 걸친 흔적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
현대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리고 다시 과거에서 시작하여 현재로 거슬러 내려가는 이 추리 속에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인간성'에 대한 공감을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친절한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여섯 다어 속에서 시작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오스카 쉰들러가 나치의 탄압을 피해 유대인을 고용하면서 구햇던 것 처럼 줄리안 보저는 자신의 조부모가 남긴 흔적으로 과거 난민과 현재 난민이 겪는 공통된 운명을 발견한다.
2025년 다시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면서 어쩌면 과거의 기억이 다시 새롭게 떠오르는지도 모른다. 난민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인류의 문제다. 우리 대부분은 1938년 빈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에 대해 '참혹한 역사'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현대'에 벌어지는 '난민 추방'에 있어서는 '국익'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다. 과연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를 결정하는 나침반이다. 줄리안 보저와 루스 하그로브가 그들의 가족사를 좇아가며 발간한 것은 단순한 광고나 기록이 아니라 인간성과 연대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과연 오늘을 사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는 가해자가 될 것인가, 피해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방관자로 남을 것인가.
그도 아니면 100년 전 작은 신문 광고 속처럼, 어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았음에도 행동하고자 하는 '친절한 사람'이 될 것인가.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책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