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고명석 작가는 작가 소개를 아주 간략하게 했다. 정확히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책을 펴 들었다. 그저, 작가 소개에는 평범한 남자가 있었다. 스포츠를 좋아한다. 해양 경찰에 몸담는다. 정도의 사소한 정보만 적혀 있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 채, 그가 바다를 좋아한다는 사실 단 하나만을 인지하고, 첫 페이지를 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글을 읽을 때는 뉴질랜드의 막연한 바다처럼 낯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막연한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책은 당돌하게도 '스타벅스 커피'의 명칭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이런 식의 전개는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로, 그리고 다시 바다로 넘어가는 전개는 매우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뒤로 갈수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의 문체 또한 좋다. 이 책은 그저 단순한 바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매우 포괄적인 상식들을 담았다. 이미 알고 있는 상식도 있지만, 헛웃음 나올 정도로 재밌는 상식들도 많다.
넘어가다 보면 그린란드 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린란드 상어는 수명이 500년 정도 된다고 한다. 기존에 바다거북의 수명이 가장 많다고 알고 있던 내가 알게 된 새로운 상식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2017년 노르웨이 근해에서 발견된 한 그린란드 상어는 1502년에 태어난 걸로 밝혀졌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90살이었던 샘이다. 이런 생물의 존재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이 상어는 150살이 되어서야 짝짓기와 번식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치자면, 나와 같이 태어난 녀석은 내가 죽을 때까지, 유아기도 벗어나지 못한 샘이다.
그 짧은 세월을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짠 인생을 살고 있는지 감 조차 잡지 못한다. 밤 중에 내 귓속을 '윙' 거리다. 죽는 모기의 수명은 3주다. 모기가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고 한다. 모기는 짝짓기를 할 시기, 알을 낳을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피를 빤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위해 모기는 그 짧은 3주의 인생을 다 살아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한다. 어쩌면 그린란드 상어에게 우리의 인생은 모기보다 조금 더 오래 사는 동물일 뿐 일지도 모른다.
결국은 사람은 누구든 아이를 키우고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그래야 할 짧은 인생을 즐기지도 못한다. 어쩌면 모기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인간을 모기에 비교하는 것이 비약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는 재밌는 상식들이 참 많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생명체인 대왕고래의 이야기도 있다. 대왕고래는 길이 33m에 200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생명체이다. 자그마치 혀의 무가만 하마와 비슷한 2.5톤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느 생명체의 '혀' 보다도 3분에 1도 안 하는 무게를 갖고 태어난 존재이다. 인간의 존재를 한 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들다 보면, 하늘에 떠있는 별과 우주로 생각을 확대해 가게 된다. 그렇게 확대하다 보면, 우리의 근심과 걱정이 얼마나 티끌 같고 존재 없음의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그런 우주로의 확대는 내가 경험해 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어쩌면 우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반구의 하늘에 우주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끝없어 펼쳐진 바다 또한 우리의 기준에서 무한한 미지의 세계인 것은 우리라는 미개한 존재에게 우주와 동등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책은 역사와 생명 그리고 경제 등에서 헛웃음 날 정도로 재미난 상식들을 정리해 놓았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외 종류의 책이 확실한 경우가 많다. '에세이를 좋아한다.' 혹은 '소설을 좋아한다.', '경제를 좋아한다.' 하지만 사실 책이라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읽어서도 좋지만, 왠지 내가 고르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을 했을 때, 새로운 배움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한다.
나는 인생 전체를 살펴보면,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할 만한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됐다. 그것은 내가 선택하는 습관에서 기원하였다. 나는 왠지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을 하는 걸 즐긴다. 원래의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들을 함으로써 운명을 거스르는 듯한 희열을 느낀다. 그렇게 하다 보면, 아주 평범하고, 시시한 나의 성격과 정반대로, 재밌고 특이한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다.
'바다에 대한 책'
어쩌면 누군가는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은 주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운명을 거스를 때, 내가 운명을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재미난 책을 만날 확률은 내가 스스로에게 고립될수록 줄어든다. 좋은 책을 만나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