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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by 오인환

책을 완독하고 언제 쓰인 책인지 다시 살펴보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최소 '미중 무역전쟁'에 관한 언급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없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자오 타오'와 '류후이'라는 작가다. 둘 다 중국 작가들로써 무역 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현대 세계의 흐름에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눈치가 가득 보이는 제목이었지만 작가 둘은 '미중 무역전쟁'의 언급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책의 처음을 폈을 때, 몹시 신선했다.'현대 국가의 갈등 표출 법'으로 인식하던 무역 전쟁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단번에 알았다. 책은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의 시간 순으로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무역전쟁의 일화들을 열거해 나간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전쟁을 치르면서 '무역전쟁'이 아니라 하더라도 '경제 전쟁'이 없을 수는 없다. 고대나 중세 전쟁에서는 화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보급'이고 '보급'이란 군량미와 같은 식량의 대다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병이 20일 만에 한양에 도달했던 건, 육로의 보급을 피하고 남해를 돌아 인천 방향으로 해로 보급을 받기 위해서였던 것도 있다. 조선의 이순신 장군이 이끈 수군이 이 해군 보급로를 차단하면서 고립된 일본군들이 패전했던 것처럼, 전쟁의 기본은 보급에 달려 있기도 하다.

책에서는 언급이 안됐지만, 1차 세계대전은 전쟁의 양상을 크게 바꾼 사건 중 하나였다. 야전에서 서로 총을 쏴 대던 전쟁에서 1차 세계대전에 '참호'라는 것을 이용하게 된다. 단순히 땅을 파서 땅 밑에 들어가 있어서 경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참호는 '전쟁을 장기화' 시켰다. 양쪽 군대가 참호 안에 들어가 전쟁 물자를 쏟아부으며 대치를 하는 건 보급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는지,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전쟁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근, 현대가 되면서 경제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중 '아편전쟁'은 매우 흥미로운 전쟁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바로 '동양의 패권'과 '서양의 패권'이 대립하는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정보가 서로 부족하던 시기에 동양의 얼마나 무능한지 몰랐던 서양이 마음 것 동양으로 시장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방적기로 찍어내는 값싸고 질 좋은 모직물을 만들어내던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여러 식민지를 두며 자신의 시장을 확대시켰다. 예나 지금이나 전 세계의 대부분의 시장으로 확대하더라도 가장 탐나는 시장은 인구 대륙의 '중국 시장'이다.

영국은 중국 시장으로 야심 차게 진출했다. 하지만, 중국은 영국의 생각보다 문화국이었으며 청나라의 신문물이 영국에 소개되면서 획기적인 돌풍이 불었다. 그중, 책에서도 소개된 '차'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결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영국에서 은이 무자비하게 방출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영국인들은 '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 거의 중독 수준으로 영국이 청나라의 '차'에 빠져들자. 영국은 더 강한 중독성이 있는 상품을 '청'에 소개했다. 이것을 발단으로 청과 동양이 힘 없이 무너져 내렸다.

한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사우디 현재 세계는 꾸준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전쟁은 거시적이고 정치적인 것 같지만, 이제 우리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낄 정도의 깊이로 다가온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 건, 다만 정치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는 사실은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후추에서 은으로, 은에서 석유로 사람들이 원하고자 하는 욕망을 표출하는 대상에 따라 무역이 일어나고 경쟁이 일어났다.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후추나 은, 석유가 아닌 '데이터'와 '플랫폼'의 시대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도 중세를 움직이던 후추나 차도 아니고, 은도 아니다, 근대를 이끌던 석유도 아니다. 이제는 데이터이다. 하웨이와 5G 그리고 Tictoc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넷플릭스나 우버가 언급되는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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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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