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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고전을 정확히 읽는 법_명상록

by 오인환

"하나의 제단 위에 많은 향이 피워져 있다. 어떤 향은 지금 부서져 내리고, 어떤 향은 나중에 부서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명상록', '논어', '탈무드', '성경', '채근담', '장자', '법구경', '무문관', '금강경', '노자' 등

이런 류의 책을 '완독 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책은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책들을 읽는 법은 이렇다.

책을 집어든다. 아무 곳이나 편다. 보여지는 한 문장을 읽는다. 그 문장이 지금 나에게 주는 울림을 곱씹는다. 덮는다. 느낀 바를 하루 종일 떠올리며 '화두'로 장착한다.

끝이다.

성경 통독을 몇회 했다는 지인을 알고 있다. 겉으로 독실하다. 그러나 별로 존경스럽지 않다. '성경 통독'이라는 달성 말고 그가 달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불경도 마찬가지다. '금강경'을 몇 회차 읽고 있는 아무개도 알고 있다. 그는 걱정이 태산이고 '나열된 문자'를 '음성 신호'로 바꾸어내는 작업 말고 하는게 없었다.

진짜 고전은 세월에 의해 불순물이 깎이고 다듬어진 정수다. 고로 본래 한 권의 깨닮음이 챕터로 줄고, 챕터의 깨달음이 문단으로 줄고, 문단의 깨닮음이 문장으로 줄어 겨우 단백한 짧은 문장만 남은 것이다.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시작이 반이다'는 더할 말도 뺄 말도 없다.

시작한 사람들에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진행 중인 사람에게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는 말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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