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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초등 2학년 완전 취향 저격_천하무적 개냥이

by 오인환

옷을 고를 때, 맞는 옷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듯, 책도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옷은 입고 벗는데 1분정도 소요된다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책이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에서 꽤 적잖은 시간이 들어간다.

사람에 따라 소설이 잘 읽히는 사람이 있고, 에세이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인문학이나 역사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는 소설이 잘 읽히지 않는 편이다. 또한 소설 중에서 '추리소설'은 그나마 잘 읽히는 편이다.

이처럼 각자 선호도가 다르다.

보통 자신이 어떤 책에 맞는지는 여러 실패를 통해 알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당수는 아예 '독서'를 포기한다.

이유는 이렇다.

'재미'가 없다.

운좋게 첫번째로 고른 음식이나 옷이 취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확률도 있다. 책은 그 취향이 꽤 세분화 되어 있어서 자신의 취향을 알기까지 상당히 많은 실패를 겪어야 한다.

거기서 우리의 발목을 잡는 하나가 있다.

바로

'완독'에 대한 '강박'

어렸을 때 참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급식'에 관한 규칙이었다. 학교 급식에서 '배급'은 무조건 받아야했고, 남김 없이 먹어야 했다.

선생님들은 남은 음식을 버리는데 학생은 못하게 했다. 당시 공포스러운 반찬은 '가지무침'이었다. 보라색은 보기만 해도 이상했다. 물컹한 식감은 남의 콧물을 집어 먹는 느낌이었다.

가지무침만 나오면 급식판에 토하는 애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어쩐지 학교에는 규칙을 바꾸지 않았다.

'다 먹어야 한다.'

그 강요가 생기면서 '급식실'은 공포의 시간이 됐다.

일부는 아예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교 당시에 그정도로 강요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가지무침'을 먹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나는 지금도 가지무침을 먹지 않는다.

강제로 먹다보면 맛을 안다는 어른들의 말은 틀렸다. 강제로 먹는게 아니라 이것저것 먹어보다가 본인의 호기심으로 접한 몇 번의 시도 혹은 그것을 맛있게 여겨지는 어떤 계기가 그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네 빵집에 가면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는데...'밤도나스'로 불리는 빵이었다.

'밤 앙금'으로 가득찬 도너츠가 있다. 도너츠처럼 안에 구멍은 없고 앙금은 가득차 있는데 겉에 설탕이 잔뜩 뿌려진 빵이다.

그 빵을 그닥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아예 존재감조차 없었다. 그런데 20살 백일 휴가를 갔다 온 날, 동생이 말했다.

"오빠, 목마른빵 사왔어 먹어."

'목마른 빵?', 하고 크게 한번 웃었다. 실제로 그 빵을 먹으면 우유를 꼭 먹어야 했다. 그 빵에 그 이름이 붙고 웬지 그 빵을 다시 찾게 됐다. 지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 됐다.

영화 '더로드'에 나오는 '코카콜라'도 그렇다. 지구가 종말한 뒤, 주인공이 아들과 나눠 먹는 콜라 한모금의 장면.

그 장면으로 나는 지금도 콜라를 거의 짝으로 먹는다. 그런 계기는 꽤 '정신적인 것'으로 결정되는 듯하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생일에 사주셨던 '김정빈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책이다. 지금은 절판된 그 책으로 책은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박혔다.

그 뒤에 읽었던 책이 '삼국지'였다.

한 번의 충격.

그리고 이어지는 쐐기.

이 두번의 강력한 경험으로 나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그런 이유로 '책'의 주목적은 반드시 '재미'이어야 한다. 완독을 하지 않아도 좋다.

이거야?

아니

이거야?

아니

이거야?

아니

무수한 시도를 하며 꾸준하게 맞는 취향을 찾아가야 한다. 지금도 만 1년째 매주 수요일은 아이와 도서관을 간다. 도서관에 가서는 아이가 다 읽지도 않는 책을 고른다.

책을 고르는 재미, 우연히 잡은 책에서 얻은 재미 간혹 나오는 책에 관한 주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요즘 '개냥이 수사대'다.

교육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책을 좋아하는게 우선이다. 책을 좋아하면 이후에는 스스로 취향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그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무조건 재밌는 책을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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