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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학교를 이렇게 가고 싶어요_초2 생활 습관에

by 오인환

학교를 이렇게 가고 싶어요.

언제 자야 하는지 아빠가 알려주기.


아빠가 알람 시계 맞춰주기(5시~6시)


아침 숙제 재미나게 문제 풀기


자전거 타고 학교가기


학교 갔다 온 다음 목욕하기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오니 거실에 두었던 '화이트보드'에 메모가 적혀 있다.

아이들에게 '체크리스트' 사용법을 알려 주었더니, 언젠가부터 해야 할 목록을 정리한다.

초2가 되니 아이들이 생활 습관이 꽤 잡혀 있다.

며칠 전부터 하교시간도 늦어진다. 물어보니 '반듯부장'이라는 직책을 맞고 있단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의 사물함을 정리해 준단다.

반장, 부반장, 독서부장, 반듯부장

요즘 초등학교에는 이런 식으로 직책이 쪼개지는 모양이다. 대충 구성원의 30%가 이런 직급을 나눠 갖는다. '반듯부장'이라는 건 누가 정해주느냐, 물었더니 선생님께서 지켜보다가 정해준단다.

생활습관이 잘 잡혀 있어서 아이들에게 그런 직책을 주셨다고 믿는다.

초등 입학 전부터 꽤 의미있게 여겼던 것이 있다. 바로 '혼자하기'다.

아이를 혼자 키우다보니, 다른 부모처럼 모든 것을 다 챙겨 줄 수 없다. 결국 모든 것을 혼자 하도록 교육했다.

볼일을 보고 난 뒤의 뒷처리, 목욕, 밥먹기 등

아이들이 스스로 했을 때, 역시나 미숙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런 미숙을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

우리 아이들은 그 미숙함을 그대로 두었다. 어쩔 수 없다. 어짜피 100%가 아니라 70%인 상태더라도 본인 스스로 하는 편이 낫다.

학교를 가고, 집에 돌아오고, 숙제를 하고, 계획을 세우고, 이런 일들도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

어머니 말씀이 자식이라는 것은 '다 했다' 싶으면 계속해서 '다음'이 있는 '숙제' 같은 거란다.

'걷기만 하면 좋겠네.'하다가, '말만 할 수 있으면 좋겠네.'하다가

'대소변만 스스로 보면 좋겠네' 하면서 계속 숙제가 있단다.

8살까지 꽤 고군분투 했다. 실제로 그런 숙제들은 꾸준하게 주어졌고 어떤 의미에서 '스스로 하도록 교육하거나'와 '해 줄 수 없어서 못 해주거나'의 경계 어느 쯔음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실제로 생활 습관은 잘 잡혀 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전 청소'와 '취침 시간'이다. 아이들은 취침시간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한다. 자는 시간에 아빠가 없다보니, 스스로 오디오북을 틀어 놓고 방에 들어가 혼자 잔다. 시간에 대한 관념이 조금 없다보니, 8시까지 신나게 놀고 '청소'를 못하고 잠에 든다.

오늘 그런 이유에서 아이에게 '버럭'하고 화를 냈다.

역시 마음은 좋지 못하다. 다만 어쩌면 나와 아이에게 현재 시간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숙제가 '취침시간'과 '취침 전 숙제'인지 모른다.

이것을 못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생활습관을 탓하고 싶진 않다.

내일 아침 5시 50분이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일어나, 수학 연산 한장을 풀고 6급 한자 6자를 공부할 것이다. 수학 연산 문제지는 '받아올림', '받아내림'이 있을 때, 두장에서 한장으로 줄였지만 그대로 대단한 일이다.

중요한 일과가 있을 때는 스스로 일기쓰고, 계획을 세운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찾아보고 일주일 중 유일하게 '주말 동안' 2시간 주어지는 '영어 유튜브', '마인크래프트'도 타이머를 맞춰 놓고 알아서 절제한다.

분명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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