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책이 있는데요.
바로 '명상록'입니다.
명상록은 당대 최고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황제'의 혼잣말입니다.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꾸밈도 없고
어떤 자본주의의 영향도 받지 않고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는 글입니다.
그저 스스로를 수양하기 위해
2천년전 로마의 황제가 혼잣말로 적은 노트입니다.
혹여나 '명상'을 하는 내용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전쟁터 한가운데서, 병상에서, 혹은 궁전에서
로마 황제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고
기록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억지로 달래기보다
원인을 직시하도록 합니다.
외부의 일은 내 마음을 건드릴 수 없다.
문제는 내 생각이 허락했을 때만 생긴다.
일체유심조
어쩐지 부처의 생각과 닮았습니다.
현대인들보다 훨씬 더 사색할 시간이 많았던 시대에
'생각'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고대인들은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그들보다 바쁘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그들의 사색은 아주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Thoughts become things.
한국어로 번역하면
'생각'이 '현실'이 된다. 정도로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명사가 담고 있는 의미의 단어가 문화마다 다르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Things는 불교식 한자에서 '색'을 뜻합니다.
'색'은 '존재'나 '빛', '물질', '대상', '사물', '형상', '외부세계'의 의미입니다.
Thought은 '식'입니다.
의식을 의미합니다.
즉 '의식'은 곧 '외부세계'와 같아짐을 뜻합니다.
사람의 뇌는 아둔하여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속아 넘어갑니다.
'가짜 웃음'에 관한 실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재미가 있어서 웃을 때와
가짜로 소리를 내며 웃을 때 우리의 뇌의 반응이 똑같다는 겁니다.
이처럼 우리뇌는 '거짓말'에 최약합니다.
사실 '거짓말'이 아니라 '말'에 속아 넘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짓이던, 진실이던 우리의 뇌는
스스로가 하는 모든 '말'을 그대로 믿습니다.
즉 가능하면 좋은 생각을 하고
가능하면 좋은 말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공포', '행복', '두려움','불안'과 같은 여러 감정이 있습니다.
이 감정은 실제하는 것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반응합니다.
이런 감정이 불러 일어켜지게 하는 것은
대체로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즉 스스로가 거짓말을 하고
뇌는 스스로 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갑니다.
곧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습니다.
Thoughts become things.
내면의 세계는 곧 현실이 욉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부세계'에는 너무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이뤄집니다.
'태양'과 '달', '지구', '화성'의 위치를 결정하는 원인은
'태양'의 중력 때문이 아닙니다.
중력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입니다.
태양이 끌어당기면, '달, 지구, 화성'도 태양을 끌어 당깁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모든 관계에 대한 계산을 다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두자리수만 넘어가도
곱셈이라는 단순한 연산도 틀리는 우리가
'삶'을 암산하고 산다는 것은 허무맹랑합니다.
고로 우리는 '외부의 무엇'을 계산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로 시야를 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상록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우리와 다를 바 없이 고뇌하고 흔들리고 다짐합니다.
이런 굉장히 이기적인 목적으로 쓴 글을
저는 그래서 신뢰합니다.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도
좋은 말을 억지로 해낼 이유도 없는
개인으로써 한없이 나약한 자신을 다 잡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지금 나에게게 필요한 이유는
이제 조금 익숙해졌지만
'하루'라는 것은
누구도 살아 본 적 '처음 맞이 하는 낯선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낯설음을 먼저 경험한 이의 다짐을 듣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