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더 부자, 빈자는 더 빈자로 만든는 금융 시스템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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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을 하면 상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원리금균등상환, 다른 하나는 원금균등상환이다.



원리금균등상환은 이렇다. 매달 같은 금액을 납부한다. 다만 원금과 이자의 비율이 점차 변한다. 처음에는 이자의 비율이 높다가 상환 중 점차 원금비율이 높아지는 상환 방식이다.



원금균등상환은 매달 같은 액수의 원금을 갚는다. 따라서 처음에는 원금에 붙는 이자가 많아 납부 금액이 크다. 다만 원금이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이자가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면 월 부담금은 점차 가벼워지고 총 이자도 훨씬 적어진다.



이 차이는 가혹한 자본주의의 원리를 보여준다.



대체로 소득이 적은 사람은 당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을 택한다. '원리금균등상환'은 처음에 부담금이 적기 때문에 꽤 현명해 보이는 착시가 있다. 다만 대체로 대출 실행 얼마 후 대환대출이나 추가 대출을 하며 대출을 갈아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출 상품을 주력 상품으로 팔고 있는 은행의 꾸준한 '홍보' 전화에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옮겨가는 순간 그렇다. 겉으로 은행는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옮겨가는 것이 현명한 것처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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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금균등상환'의 초기는 '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채, '이자'만 납부만 하게 된다. 채무자는 추가대출이나 대환대출 과정에서 원금에 대한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을 다시 실행한다. 다시 '원금 상환' 없는 '이자상환' 기간이 이어진다. 즉 아무리 갚아도 원금이 사라지지 않는 마법이 벌어진다. 빚이 '복리'로 불어나는 셈이다. 대출자의 대출금은 실제로 사용한 금액과 무관하게 감당불가할 정도로 늘어난다. 법정최고금리인 연 20%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실제로 대환을 반복하면 '명목 금리'가 낮아도 '실질 부담'은 무제한으로 커진다. 몇차례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대환대출 혹은 추가 대출만 유도하면 은행은 원금을 보존한 사실상 무한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가혹한 자본주의의 원리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저신용자들은 '대출금리'가 높다. 은행의 입장에서 위험도에 따라 금리를 설정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시말해서 저소득자들은 더 많은 이자를 납부해야 하고 고소득자들은 더 적은 이자를 납부하는 상황에 이른다.



저신용자들은 최초에 감당가능한 수준의 부채에서 몇차례 금융적 판단오류를 저지르면 삽시간에 '월급여'를 넘어가는 '월상환금' 폭탄을 받는다. 반면 고소득자들은 어떤가. 고소득자들의 경우에는 잉여자금을 '예금'에 둔다. 은행은 그들의 예금 중 10%를 지급준비율로 두고 나머지를 저소득자들에게 대출해준다. 3%의 예금이자를 고소득자에게 지불하고 10% 이상의 이자를 저소득자들에게 받는다. 거기서 발생하는 차액을 '예대마진'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은행의 핵심 수익 구조는 이 예대마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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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



고소득자는 자신의 여유자금을 은행에 예금하고, 은행은 그 예금된 돈 중 일부를 저소득자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준다. 고소득자는 은행에서 이자를 챙겨가고, 은행은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가져간다. 결국 저소득자가 낸 높은 이자가 은행과 고소득자 사이에서 나눠 먹히는 구조다.



겉으로 금융이 중립적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길목에 가난한 사람의 돈이 계속 흘러가는 셈이다.



'원천징수'도 이런 매커니즘 중 하나다.


원천징수는 고용주(회사)가 '근로자(고용인)'의 급여에서 세금을 미리 떼고 급여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얼핏 고용주가 중간에서 세금을 대신 납부해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고용주에 유리한 제도다.


'근로자'로부터 원천징수한 세금은 바로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은 한 동안 해당 금액을 회사 계좌에 보관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원천징수액은 사실상 무의자 단기 차입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로써 고용주는 단기 운전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업자는 사업관련 비용을 세법상 경비처리 할 수 있다. 이 범위는 꽤 넓은 편인데 업무용 승용차로 등록하여 고급차를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는 '감가상각비 처리'로 사용한다. 꼼짝없이 원천징수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근로자'에 비해 고용인은 '비용처리'를 통해 최대한 순수익을 줄여서 세금을 유동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접대비, 출장비, 통신비, 교육비, 광고비 등 개인적인 소비처럼 보이는 지출도 '업무 관련'으로 처리하여 세금을 줄이는 절세 수단으로 종종 사용된다. 이는 단순히 소득의 차이가 아니라 세법이 만들어낸 자본가와 근로자 간의 계급적 차이다.

논리상 이런 매커니즘이라면 사회는 아래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사회가 붕괴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

바로 '사회보험, 복지제도'를 통해 다시 고소득자가 가져간 몫 일부를 다시 사회 전체로 환류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보험'이나 '복지제도'는 '빈자'를 '부자'로 만들이 위한 장치가 아니다. 이런 것들은 '빈자'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장치일 뿐이다.

다시말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차원의 '금융 문해력'이다. 대출구조와 상환 방식, 예대마진과 같은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비로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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