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8번째' 소설이다.
주요 설정은 이렇다. 지구 멸망이 일주일 후라는 '외계인의 경고'로 시작한다. 경고는 '유튜브'를 통해 송출된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의 모국어로 전달 받는다. 내용은 0.0001%의 인류만을 살려두고 나머지를 절멸시키겠다는 메시지.
짧고 간결한 설정이다. 이 황당무계한 설정에 이어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로 돌아온다. 주인공 지민과 주변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적인 디스토피아 소설과 분위기가 다르다. SF와도 다르다. 가볍고 꽤 경쾌하게 전개된다. 외계인이 약속한 일주일이 흘러가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인류 멸망'보다는 '하기 싫은 숙제'가 다가오는 듯 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소녀다. 그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평범한 이별을 하고, 평범한 관계를 쌓아가며 살아가는 젊은이다. 그러다 '인류멸망'이라는 거대 숙제를 내받고 매우 개인적인 이유로 '끝'을 바라보게 된다. 절멸 직전의 상황에서도 무기력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소설의 제목이 워낙 저돌적이라 읽지 않을 수가 없다. 토요일 주말 아이와 함께 쉬고 있는데 아이가 책꽂이에 있는 책을 끄집어 와서 말한다.
'아빠,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아마 '플라이북'을 통해 받게 된 책일 것이다. '플라이북'은 한달에 한번 임의로 책을 보내주는데 그런 의미에서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책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새로운 책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소설은 쉽게 읽히는 편이지만 내용 전개가 조금 당혹스러울 정도로 뒤집어지는 구간이 있다. 가령 평범한 일상 이야기에서 갑작스러운 '평행우주' 혹은 '양자역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볍게 보다가 '응?'하고 코를 박고 보게 되는 구간이 나온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잠잠하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난데없이 롤러코스터처럼 뒤집어지고 몇차례를 휙휙 돌다다 다시 평지를 내달리는 느낌이다.
후반부로 들어가면서는 '시점'이 아예 인간을 벗어난다.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고 호불호가 꽤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사람들은 글쓰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의미에서 가볍게 볼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 생각할거리가 많아질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