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말안 듣는우리 아이가 영재였다니

by 오인환

이 책을 지은 작가가 어떤 의도로 집필을 시작했는지와는 별개로, 내가 읽었을 때, 이 책의 핵심은 '이해'이다.

내가 어린 시절, '혹시나 내가 천재가 아닐까' 하는 흔히 말하는 중2병에 극심히 시달렸던 적이 있다. 무언가 남들보다 생각하는 차원이 높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에게 남들과는 다른 능력이 있을 거라는 맹신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은 그러한 증상에 앞서 언급한 '중2병'이라는 병명을 지어주었다. 나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내가 천재가 아닐까?'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포기한다.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라는 기대로 바뀐다. 이 책을 받아들이는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이해했다. '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면 '영재로 의심해 보자'이다.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 책을 지었는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읽을 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판단했다.

"일단, 영재로 키울 수 있건, 아니 건의 문제는 이미 손아귀에서 벗어났고, 우리 아이가 남다르다면, 영재로 의심해보자"이다.

내가 학생을 가르치던 시기, 나의 제자 중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되는 한 아이가 있었다. 학생은, 수학 점수는 곧잘 나오는데, 이외 암기과목과 영어가 약했다. 머리가 나쁜 건, 확실히 아니었다. 고난도의 수학 문제를 곧 잘 풀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수준의 암기과목과 영어는 엉망이었다. 심지어 교육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녀석은 야구와 공학에 관심이 많았다. 관련 관심사에 대해서는 정말 전문가가 혀를 찰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수업한 내용을 내일 잊어버리는 학생을 바라보며, 참 답답하기도 했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대로, 피카소는 수학을 못했다. 하지만, 천재로 인정하는데 누구도 이의를 하지 않는다. 또한 모차르트도 세기의 천재로 부르지만, 과연 그의 전성기 시절을 지금의 우리나라 중학교 아이들과 섞어 둔다면, 과연 그는 반에서 몇 등이나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천재와, 영재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객관적인 영재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 둔다. 이를 읽고 받아들이는 몫은 부모에게 있다. 그는 아이를 천재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나, 영재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기술하지는 않는다. 다만, '말 안 드는 아이'로 우리 '부모들'와 '어른들'에게 규정된 아이들에 대한 시각을 넓혀야 한다라는 취지의 글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종교인'으로써라기보다 '철학자'로 받아들이고 있는 '법륜스님'의 강의를 보면, 그는 항상 자녀에 대해 속상하다는 '부모들'과의 고민 상담에서 이렇게 말한다.

"부모가, 아~~~ 무 문제없는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집을 나간 23살 딸의 이야기, 도박 빚을 진 30대 아들의 이야기, 게임 중독에 걸린 10대 청소년의 이야기, 인간관계가 폐쇄적인 딸의 이야기, 아버지와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아들의 이야기 등 문제가 많아 보이는 자녀의 이야기에 스님의 말은 일관적이었다.

"자녀는 문제가 없습니다."

영화 "배테랑"에 유아인이 언급한 말인 중국 격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그렇다.

문제를 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을 나간 딸은 이미 성년인 23살이고, 그녀는 가출한 게 아니라, 독립한 것이다.

도박 빚을 진 30대 아들은 이미 성년이며, 부모가 속상해한다고, 잔소리한다고, 빚을 갚아 준다고,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게임 중독에 걸린 10대 청소년은, 친구를 때리지도 않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도 않으며, 아무런 범법행위도 하지 않고 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을 뿐이고, 인간관계가 폐쇄적인 것은, '잘못'이 아니라 '성향'일뿐이며, 아버지와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아들은, 아버지와 싸우고 있거나,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지 않고, 그냥 조용히 지내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상대는 문제덩어리가 되기도 하고, 아무 죄 없이 미움받고 있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대상을 바라볼 때, 애정이 있을수록 우리는 그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책정한다. 때문에, 그 기대를 부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만큼이나 녹녹지 않다.

또한, 그 누구도, 자신이 아닌 상대의 기대치에 인생을 맞출 필요는 없다. 나는 우리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도 좋고, 천재가 아니라도 좋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좋고, 잘해도 좋다.

천재나 영재가 되기보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흔히 본받아야 한다고 하는 이들, 스티브 잡스나 고흐, 피카소, 아인슈타인 등은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아 마땅한 천재들이지만, 그들 개인적인 삶들은 그러게 녹녹하지 않았다. 천재나 영재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머리가 뛰어나서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으면서, 스스로가 인생은 매우 불운한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적어도 만인이 불행한 가운데 내 아이만큼은 행복하기를 바라야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하지만, 이 책의 명제는 '만일!!', '이미 나의 아이가 남다르다면, 우리는 그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이다.

천재나 영재는,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축구의 천재 메시가 축구의 존재 조차 없던,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마이클 조던이, 임진왜란에 태어났다면, 그냥 동그란 공을 바구니에 잘 넣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나폴레옹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국회의원 출마를 했다면, 어땠을까?'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란 게임을 개발하고 대한민국 밴처의 우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만약 10년만 빨리 태어났거나 늦게 태어났다면, 반드시 그와 같은 업적을 이룰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런 모든 시간과 장소를 맞춰, 기회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의 뜻'이라는 말을 종종 하며, 모든 것은 '운'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설민석 강사는 '유관순 열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시대가 달랐다면, 유관순이라는 인물이 나올 수 없다. 지금 철없는 친구들도 모두가 시대와 공간에 따라 유관순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영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한 책이다. 혹여나 나의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싶어 이 책을 구매했다손 치더라도, 영재가 아닐 경우 실망할 필요가 없다. 학창 시절 영재로 손꼽히던 애들은 결국 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특출 나게 공부 잘하던 친구들도, 모두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결국은 내가 아플 때 치료받으러 가는 병원에 근무하는 이들이 됐고, 죄를 지었을 때, 벌금을 매기고 죄를 기소하는 검사가 되어 법원에서 근무할 뿐이다.

영재는 한 분야에 특출 난 아이이다. 그 분야를 찾아 준다면, 아마 그 아이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찾게 되어, 그것을 업으로 삼고,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일거양득을 취할 것이다. 그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그 배경지식을 많이 갖고 있어야 좋다. 때문에 자녀를 갖고 있는 부모라면, 자신의 아이가 영재로 의심이 되건 아니건을 떠나 한 번은 필독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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