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위해 '모세'를 조각한다. 이 조각은 지금도 로마의 산 피에르트로인 빈콜리 성당에 서 있다. 이 작품에는 굉장히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 모세의 머리 위에 뿔이 달려있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왜 모세의 머리 위에 '뿔'을 그려 넣었던 것일까.
사람들은 '여기에 미켈란젤로의 창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봤다. 교황을 비롯해 당대 권력자들도 이 작품을 보며 뿔이 '권위와 힘의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실제 이 뿔은 '미켈란젤로의 창의적 의도'가 아니다. '단순한 번역 실수'에서 비롯됐다. 미켈란젤로는 성경에서 '모세가 산에서 내려오며, 얼굴에 빛이 났다'는 구절을 보고 모세상을 조각을 한다. 이 과정에서 성경 구절의 글 중 '빛'을 '뿔'로 잘못 본 것이다.
이후 뿔 달린 모세는 교회 예술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중세 르네상스 예술 작품에서도 뿔달린 모세의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미켈란젤로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자신의 실수가 무엇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완성해냈고 '실수'는 '작품'이 되어 이후 다른 작품에도 영향을 줄 정도가 됐다.
쉽게 말해서 '실수'라는 그런 것이다.
창작자의 작품중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실수'도 작품의 일부일 뿐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신뢰'에는 '결점'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세상은 본래 둘로 나뉜 구조로 되어 있어서, 모든 것은 그 자체로는 완전하지 않고 반대편에 있는 다른 것과 짝을 이루어야 한다. 정신과 물질, 주관과 객관, 안과 밖, 움직임과 멈춤, 긍정과 부정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온전함에 도달하려 애쓰는 것은 오히려 우주의 근본 원리에 거스르는 일이다."
'도가'의 음양사상과 일맥한다. 세상은 두가지 상반된 원리가 균형을 이루며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기본적 세계관에 의하면 완전한 것은 없다. 완전하다는 것은 불완전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우주'라는 완전한 존재는 나의 불완전함이 없다면 완성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불완전함' 역시 완전한 우주의 일부로 역할을 한다.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에 뿔은 '완전한 모세상'의 일부다. '뿔'이 없는 모세상은 더이상 완전한 모세상이 아니다.
실수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은 의미'에서 우주 혹은 역사까지 확장하고 나면 사실상 모든 것은 별것 아니다. 실수, 결점, 과거. 그런 것들이 어떤 의미에서 나를 붙잡는 족세가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는 '작품의 한조각'이 되기도 한다.
랄프 왈도 에머스는 19세기 미국의 사상가이자 초월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을 굳게 믿었으며 '자기 신뢰'를 비롯한 여러 에세이와 강연을 통해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관슴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목소리를 따를 것을 강조했다.
그의 여러 저서에 따르면 '우리는 신의 한 부분이자 작은 조각이다.' 고로 우리 또한 '신'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신뢰는 '무한하고 근거없는 자신감'과 다르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결점과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는 '긍정'을 의미한다.
스스를 완전하게 받아들이고 그 받아드림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신뢰하는 것이다.
사실 '미켈란젤로'처럼 스스로를 '신뢰'하면 대체로 '주변' 역시 그를 신뢰한다. 그런 경우에는 '실수'도 '작품'이 된다.
스스로가 '결점'과 '실수'를 후회하고 있다면 아마 교황과 권력자들은 '모세상'을 쓰레기 취급하지 않았을까.
신뢰는 외부에서 내면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외부로 향해야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