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오케스트라를 듣고 왔다.
사실 감상이라면 더 있겠지만 짧게 쓰자면 이렇다.
오케스트라 막바지에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지휘자가 나왔다. 꽤 멋들어진 지휘를 선보인 '어린이 지휘자'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우리 앞에는 지휘자 또래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가 앉았다. 키득키득 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연주 중간중간에 보이는 스마트폰 불빛.
그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어린이 지휘자는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게다가 관객의 반응 유도까지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나이에 맞지 않아 이질감이 들었지만 '나이'라는 것이 '능력'에 꼭 비례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터라 그 멋짐에 취했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어린이 지휘자' 스스로도 자신의 멋짐에 취해 있는 듯 보였다. 그의 리드에 한참을 감탄하고 있는데 앞에서 '키득키득' 거린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또래의 누군가가 유별나게 되면 어릴 때는 '시셈'이나 '질투'보다는 '부끄러움'이 먼저 생기는 듯하다.
이건 어쩌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생활할 때, 한국인들은 조금만 발음을 굴려도 '오글거린다'며 키득거렸다. 문법이 틀리면 '틀렸다'고 지적하고, 발음을 굴리면 '잘난 척한다'고 지적했다.
유별남을 유독 견디지 못하는 사회에서 유별나기 위해서는 그런 비웃음은 기본값인 것처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지휘자의 지휘는 멋졌다.
만약 무언가를 열성적으로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비웃고 있다면 그것은 하고 있는 일이 매우 유별나게 잘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비웃음을 받은 어린이와 비웃었던 어린이.
이 둘의 미래가 벌써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