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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후추는 인류에게 무엇을 주었나

후추의 나비효과

by 오인환

순금과 맞먹는 가격에 거래될 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녔던 향신료가 있다. 유럽인들은 이 향신료를 통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싶었다.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가 아시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했던 원인도 이 향신료 때문이다.


북대서양 해류와 편서풍의 영향으로 온대 해양성 기후인 유럽지역은 연교차가 적고 연중 고른 강수량으로 작물 재배가 용의 하고 가축 사육이 수월했다. 이렇게 농사가 용이한 환경은 유럽의 인구를 증가시키고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식량 수요를 감당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오래 보관할 수 없던 음식은 부패가 쉬웠다. 그중 유럽인들의 주식인 고기는 특히나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식재료 중에 하나였다. 때문에 유럽인들은 식사 시, 약간의 상한 고기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한 고기 냄새를 덮는 데는 후추야 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향신료였고, 후추의 등장은 유럽인들의 식량을 장기 보관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당시 베네치아는 농사 지을 땅이 한 평 조차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시아와 중계 무역을 통해 지중해를 장악한 강한 나라로 성장했다. 그러다 15세기 아랍 세력인 오스만 제국이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역로가 막히게 되었다. 때문에 후추는 당시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며 신분을 과시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고, 후추 한 줌이 사파이어 반지 2개, 돼지 15마리, 말 3마리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값비싼 사치품이 되었다.


이러한 사건을 배경으로, 이 향신료를 갖고 싶었던 욕망은 포르투갈을 바다로 나가게 만들었다.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인도의 무역항 캘리컷이라는 향신료의 도시까지 도달하는 기나긴 해상교역료를 찾아냈다. 그를 기점으로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유럽인들이 신항로 개척하고 신대륙을 발견하던 대항해시대가 열렸다.


대항해시대가 열리자, 성공한 유럽의 무역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여럿의 경쟁 회사들이 생겨났다. 유럽은 그 여러 개의 회사를 하나로 통합하여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설립했다. 커다란 배와 용병 등이 필요했던 이 회사는 사람들에게 회사의 자산 분배나 이익 분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재산상의 권리가 있는 문서를 발급했다. 그를 통해 자본을 모으고, 이것이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후에는 더욱 나아가 강한 군사력을 토대로 정치, 경제, 군사적 지배권을 다른 국가로 확장하여 식민지배하는 제국주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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