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고 속에 두 개의 에피소드_드라이브&왕과 사는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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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를 보면 다양한 인물이 서사가 소개된다. 플롯은 '사형'을 선고받은 형을 교도소에서 탈출시키는 내용이지만 '교도소' 속에서 만난 많은 '인물'의 서사가 하나씩 전개된다.



포악하고 '악'으로 가득 찰 것 같은 그들의 '서사'가 하나씩 전개 될수록 '악의 이름'으로만 정의된 인물들에게 '인간'을 볼 수 있게 됐다.



아이와 서점에서 '정해연 작가'의 글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 꽤 독특한 구성의 책이 하나 있었다. 책의 정면과 책의 후면이 거꾸로 인쇄되어 있다.


뿜만 아니라 책의 중간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이 뒤집혀 있다. 책의 앞부분을 슬쩍 읽어보고 구성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아이가 보채는 탓에 몇번을 '슬라임'과 '장난감'이 있는 곳으로 끌려 갔다오길 반복하다보니 '정작' 책구매하는 것을 깜빡하고 서점을 나왔다.


아, 구매하고 왔어야 했나,하던 차에 '밀리의서재'를 보내 같은 책이 올라와 있다. 재빨리 내려받기를 하고 단숨에 완독했다.



소설은 70대 노인이 10대 여중생을 차로 친 '교통 사망사고' 이야기다. 평화로운 가정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곧 이어 사고 소식이 전해진다. 너무 흔한 어느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이 소개된다.


이어 '이성을 상실한 아이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가 따라온다. 짧지만 그 감정에 충분히 몰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집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소설의 줄거리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것이 전부다. 특별한 서사 없이 '사고'를 통해 망가지는 하나의 가정을 소개한다.


이어 소설은 점차 '결말'로 치고 나아간다. 그리고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은 채로 소설의 중반부에서 이야기는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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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어지는 이야기, 70대 노인의 이야기다. 사회에서 '쓰임'을 다한 노년을 맞이한 노인은 이제 '대중교통'을 타는 것에서도 조차 '사회'로부터 눈치를 받는 신세로 전락된다.


자녀에게 짐이 되고 사회에 짐이 되고 스스로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도 점차 떨어져 가며 낮아지는 자존감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노인은 딸과 사위의 권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한다. 하필 그때, 사고는 벌어진다. 그 사고로 노인이 갖게 되는 '자책감'이 '아이를 잃은 부모'의 '분노감'과 오버랩된다.


소설은 사실 뭐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 없이 찜찜하게 결말이 지어진다. 몇번을 이런류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갑자기 모든 오해가 풀리고 행복이라는 결말로 치닿는 비현실적인 결말보다 더 우리가 사는 인생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어제는 어머니를 모시고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단종'의 이야기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를 모르고 봤다. 그러나 '수양대군'이라는 이름이 영화 대사에 나오자마자 이 영화의 결말이 그려졌다.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딱 내가 좋아하는 전개는 아니었지만 볼만하다는 생각은 했다.



개인적으로 '선과 악'의 캐릭터를 명징하게 구분 짓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는 명확한 '선악구도'가 존재한다. 아마 대중을 빨리 설득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선과 악'이 그렇게 명확하게 나눠질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영화 '한산'이나 '남한산성'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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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선과 악'이 없다. 그저 입장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런 극사실주의를 보고나면 가슴 한편으로 참 찜찜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허구'를 봤다는 심리적 위화감이 조금은 덜하다. 극에 더 잘 몰입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삶을 살다보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사건'보다는 살다보니 잊혀지는 기억들이 더 많다. 덜 명확하게 끝마무리가 되었지만 '어사무사' 넘어가는 일들...



대부분의 인연이나 사회생활도 그렇게 마무리 됐다. 깔끔하게 끝을 지었다기보다 약간은 찜찜하지만 시간이 만들어주는 '기억'의 왜곡이 사건을 점차 미화시키며 대략 잊혀지고 극의 다음장으로 넘어간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다.



어떤 면에서 '악'을 저지르고, 어떤 면에서 '선'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결과를 나약한 '기억'에 의존하여 서서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조정해가면서...



그런 의미에서 '소설 드라이브'는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었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다시 한번 읽어 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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