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매력적인 소재의 소설이다. '키메라 땅'은 '박쥐와 인간의 혼종'인 '에어리얼'과 '두더지와 인간의 혼종'인 '디거', 돌고래와 인간의 혼종인 '노틱'. 이렇게 세 혼종을 탄생 시킨 '포스트 사피엔스 시대'의 전쟁 이야기다.
'재미'라는 것은 워낙 주관적이라 되도록 평가하지 않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킬링타임용 소설'로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매우 감명 깊다고 할 수는 없다. 일단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인물이 주는 '기대'와 소설의 '소재'가 주는 매력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지나친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첫 전개에서부터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세계관'을 만드는 과정이 꽤 인위적인 부분이 있다.굳이 원인을 찾자면 '제3차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와 '신인류 문명의 발전'을 설명하기에는 분량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작가가 '직접적인 개입'을 하여 세계관을 소개하는 부분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소설에서 필요한 플롯을 위해 인위적으로 '세계관'을 짜넣는 구간이 약간 아쉽다.
그렇다고 소설이 재미가 없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킬링 타임으로 나쁘지 않았다. 읽다보니 '제레미 오' 작가의 '홀론'이라던지, '김준녕' 작가의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이 떠올랐다. 어떤 면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보다 더 흥미 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 워낙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했던지라, 꽤 기대를 갖고 읽었던 것이 아쉬움을 만든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의 소설의 특징이라면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어디로 튈지 모를 플롯'과 굉장히 괴짜 같은 설정, 거기에 상당히 흥미로운 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유럽 문학'이 가진 고유의 특성이 있어 약간의 방해요소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문학'의 제1요소는 '재미'라고 본다. 유럽 문학의 고유성은 분위기나 감성 차원을 넘어서 철학적 사유를 서사에 넣고 밀어 넣는 경우가 있다.
영미 문학의 특성이라면 플롯 중심에, 사건 전개 속도가 빠르고 독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위기'와 '해결'의 과정을 넣는다. 또한 설정이 꽤 물리적 법칙을 어긋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혹은 작가를 충분히 설득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소설 '마스'에서 화성에 '감자'를 심을 수 있다는 설정은 '그냥 그렇다'라는 식이 아닌 꽤 합리적인 방식으로 서사를 이끈다.
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는 대체로 '설정' 상 과학적 오류에 대해 '명료한 설득'을 하지 않는다. 아이디어 자체가 소설의 중심이 되기에 설득 없이 '그렇게 됐다'라고 설정을 주입하고 플롯을 전개 시킨다. 또한 '사회 풍자'라던지, 다소 성경 혹은 신화적 장치를 만들고 인간성에 대한 풍자도 들어간다.
물론 일반화 할 수는 없다. 또한 충분히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소설은 2권으로 분권되어 있지만 실제로 두 권을 다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요즘에는 '책'읽는 물리적 시간 자체가 꽤 부족한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